[그림이 있는 아침] 밤이 되면 움직이는 눈사람…전 세계에 감동을 주다
그림책 <눈사람 아저씨(The Snowman)>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감동을 준 그림책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1934~2022)가 지난 11일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고인은 글에 딸린 부속품에 불과했던 삽화를 예술로 끌어올렸다”며 “그의 삽화 문학은 성인들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눈사람 아저씨 이야기는 눈 오는 날 빨간 머리 소년이 눈사람을 완성하면서 시작된다. 밤이 되자 눈사람은 살아 움직이고, 소년과 함께 집 안을 구경한 뒤 밤하늘을 날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책에는 글 한 줄 없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여러 장면과 섬세한 표정 묘사를 통해 아이들도 줄거리를 쉽게 알 수 있다. 책은 전 세계에서 550만 부 이상 팔렸고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브릭스는 눈사람 아저씨를 그렸을 때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1971년 백혈병으로 별세했고, 같은 해 아버지도 위암으로 소천했다. 1973년에는 백혈병을 앓던 아내마저 잃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