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前 증권사 CEO의 조언 "장기투자 신화는 없다"
요즘 같은 주식 하락장에는 장기투자자가 많아진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희망을 갖고 ‘무기한 버티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모든 장기투자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은 ‘냉정하게 주식을 멈춰야 할 때’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1981년 대우증권의 전신인 삼보증권에 입사한 뒤 40년 가까이 리서치, 자산운용, 경영 등 증권업계의 핵심 분야에 몸담았다.

오랜 경험과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주식투자 할 때와 멈출 때>에서 저자는 그간 국내 장기투자의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고 지적한다. 대중에게 퍼져 있는 ‘장투 신화’와 달리 2000년대와 2010년대 각 10년간 종합주가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5.1%, 2.7%에 그쳤다. 그마저도 업종별 지수로 좁혀보면 대부분이 이를 밑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비교하면 미흡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경기확장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주가가 꾸준히 오르려면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경제 규모가 커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은 외환위기,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미국발 금융위기,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제외하고는 크게 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언제 주식을 팔아야 할까. 주가 등락 흐름은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성장률, 기업의 순이익, 고객예탁금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기업의 순이익 증감 여부가 핵심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익 규모가 작더라도 분기 이익이 연속적으로 증가하면 주가는 상승한다.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주식 외에 다양한 자산도 눈여겨보라고 제안한다. 2000년 정점을 찍었던 미국의 S&P500지수가 다시 이 지점을 회복하기까지 13년이 걸렸는데 같은 기간 금값은 여섯 배 이상, 유가는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주식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투자 대상을 찾아보라는 조언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