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8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천건의 침수차 피해가 발생했다. 차량 침수 피해액이 1300억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최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지성 폭우가 쏟아진 8일부터 11일 정오까지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피해 차량은 총 9189대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추정 손해액은 1273억7000만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폭우로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다량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고차 소비자들 입장에선 침수차 경고등이 켜졌다.

침수차량이 중고 매매상으로 넘어가면 정비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매물로 나오기까지는 한두 달 정도 소요된다. 이번 폭우가 강남에 집중되면서 올가을에 고급 수입차가 중고차 매물로 대거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중고차 구매를 고려하는 독자들을 위해 침수 차량을 거르는 '팁'을 정리했다.

1. 엔진 퓨즈박스 확인

침수차는 엔진에 물이 유입되고 차량 전체가 피해를 입어 수리한다 하더라도 원상복구가 어렵다. 노후화된 엔진룸 대비 '퓨즈박스가 새것'이라면 침수를 의심해야 한다.

퓨즈박스는 완전 침수가 됐다면 100% 고장이 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침수차의 퓨즈박스는 신품으로 교체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각종 케이블 끝단 테이핑 처리에 대한 오염 흔적을 살핀다.

2. 안전벨트·고무 몰딩·글로브 박스 확인

침수 차를 구별하는 방법으로는 안전벨트 확인, 고무 몰딩 뜯어보기, 조수석 글로브박스 확인 등이다. 우선 안전벨트는 빗물이 들어가기 쉬운 공간이라 깨끗이 닦아도 흙탕물의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따라서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기면 침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도어측 고무 몰딩은 빼기 쉬운 부분이라 여기를 뜯어봐도 침수 흔적을 알 수 있다. 또한 글로브박스 속에 있는 에어컨 필터를 꺼내 그 안쪽으로 침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3. 녹슨 흔적 확인하기

이 외에도 차량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어 아래쪽 지지하는 부품의 녹슨 흔적이나, 트렁크 밑에 스페어타이어와 공구의 녹 흔적 등으로도 침수차 확인이 가능하다.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보험사 침수차량 집결 장소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모여있다. / 사진=뉴스1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보험사 침수차량 집결 장소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모여있다. / 사진=뉴스1
4. 자동차 이력 정보서비스 조회

마지막으로 보험개발원의 자동차 이력 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조회한다.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누구나 '침수차'를 곧바로 조회할 수 있다.

다만 자동차보험으로 보상받은 침수차, 즉 '침수로 등록된 차량'만이 파악 가능하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한편 침수 차를 구매해도 안전장치는 있다. 현행법에 따라 소비자는 자동차의 주행거리·사고·침수 사실이 거짓으로 고지되거나 고지하지 않은 경우 30일 이내에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우 피해를 본 차량이 엔진이 손상되면 폐차가 되기도 하지만 상당수 침수차가 정비 이력을 속이고 중고차 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며 "8~9월 사이 신규로 등록되는 매물은 침수차가 있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세차나 정비 과정을 통해 침수 흔적을 교묘하게 지운 차량은 일반 소비자가 침수 여부를 알아차리기 힘들다"며 "차량 정비사를 비롯한 전문가와 동행해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