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내 무릎."

한 유망주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잡고 뒹굴 거린다. 예기치 못한 부상이었다. 그날의 컨디션이 나빴던지, 방심을 한 것인지, 분석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렇게 수년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정말 '예기치 못한' 부상이었을까?

스포츠 데이터 플랫폼 '플코'를 운영하는 큐엠아이티 이상기 대표(35)는 "부상은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확신에 차 있었다. 수원삼성과 이랜드 등에서 8년간 프로 축구 선수로 활동을 하다 2018년 돌연 은퇴를 선언후 사업가로 변신한 그를 지난 8월10일 한국경제신문이 만났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99%가 부상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른 은퇴와 경기력에 직결되는 문제를 누구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주먹구구식 트레이닝을 직접 겪으면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당시 프로팀 조차 선수들의 몸 상태를 1~2가지 단순한 방식으로 수기로 작성해 관리했다"며 "이름있는 팀 조차 10가지 정도 밖에 관리를 안했다"고 말했다.
스포츠 데이터 플랫폼 ‘플코’
스포츠 데이터 플랫폼 ‘플코’
선수들이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몸상태를 자각하는게 중요하다. 똑같은 훈련을 받아도 체력 수준이 달라 느끼는 강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먼저 △컨디션 △운동부하 △부상 △통증 등 38가지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시각화 작업에 들어갔다. 2020년부터 선수와 지도자 3000명의 데이터 피드백을 분석했다.

선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플코 앱에 △수면시간 △통증 △기분 △멘털 △피로도 등을 입력하게 된다. 이 데이터는 누적될수록 위력을 발휘한다. 4주간의 데이터가 쌓이면 선수 개개인의 몸의 리듬을 한눈에 알 수 있고, 부상 위험까지 미리 알 수 있다. 플코에 앞으로의 경기 일정을 입력하면 남은 일정에 맞춰 선수 개개인 별로 맞춤형 훈련강도를 추천해 준다. 그는 "그동안 눈대중과 감에서 벗어나 스마트 데이터 코칭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플코는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 유소년 15~18세 △대한스키협회 △경남FC △김천상무 △안산그리너스 △호주올림픽FC △하나원큐 여자농구단 △우리카드 남자 배구단 △광주FC 등 200개 이상의 프로팀과 75개 종목에서 사용중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는 앱도 개발중이다. 국내외 스포츠테크 1위 기업들과 연구개발 논의를 끝냈다. 호주올림픽FC 이어 해외시장도 본격적으로 추진중이다. 그는 "현재 7월 기준 이미 작년 매출(5.7억원)을 넘었고, 연내 계약건 10억원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운동선수 매니지먼트 시스템(AMS)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8월10일 이상기 대표 인터뷰 전문

이상기 큐엠아이티 대표
이상기 큐엠아이티 대표
Q. 자신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플코’를 운영하고 있는 큐엠아이티 이상기 대표(35)입니다. 수원삼성과 이랜드 등에서 8년간 프로축구 선수로 활동하다 부상과 관련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선수를 매니지먼트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창업을 하셨나요.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보다 세상에 이러한 아이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선수들의 트레이닝 문화를 바꾸고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 현장에서 수기로 작성하던 데이터를 한눈에 시각화 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추후 하드웨어 기기와 연동 시킬 계획입니다."

Q. 사업 모델은 무엇인가요.
"선수들이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상태를 자각하는게 중요합니다. 대부분 자신의 몸 상태를 잘 모릅니다. 통증, 수면, 기분, 멘털, 피로도, 훈련을 느낀 강도는 선수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똑같은 운동을 해도 체력수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좋은 팀은 이러한 선수 개별 맞춤형 케어를 잘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런 팀들이 성적도 좋습니다. 플코를 통해 선수들의 개별 데이터를 지도자에게 실시간으로 시각화 전송이 가능합니다. 그동안 눈대중과 감으로만 했던 코칭이 아닌 스마트 데이터 코칭이 가능합니다."
'플코' 서비스 사용 모습
'플코' 서비스 사용 모습
Q. 기존 시스템과 차이점이 뭔가요.
"플코는 훨씬 세밀한 데이터 측정이 가능합니다. 기존에 프로팀조차 선수들의 몸 상태를 1~2가지 단순하게 측정 관리했습니다. 여력있는 팀 조차 10가지 정도 수준입니다. 플코는 38가지 누적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4주 정도 데이터가 누적될 경우 선수 개개인의 몸의 리듬이 한눈에 알 수 있고, 부상 위험도 미리미리 알려주는 AI도 개발 중입니다."

Q. 해외 유사 사례가 있나요.
"국내에는 유사 기업이 없습니다. 시도해 본 기업은 있었던 것 같지만 다 망했죠. 해외에서는 운동선수 매니지먼트 시스템(AMS)가 보편화 됐습니다. 하지만 너무 단순하거나 오히려 굉장히 전문적이어서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플코는 방대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각화가 강점입니다."
'플코' 데이터 입력하는 모습.
'플코' 데이터 입력하는 모습.
Q. AI기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부상 당한 선수들의 데이터를 찾아보니, 5~6가지 핵심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운동부하 강도가 갑자기 증가했거나, 갑자기 감소했거나, 단조롭거나 등 입니다. 이 데이터를 보니 부상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목적은 경기때 100% 쏟아붓기 위함입니다. 플코에 미리 경기 일정을 입력하면, 남은 일정에 맞춰 시간별로 맞춤형 훈련강도를 추천해줍니다. 전문코치 못지 않은 프로패셔널 기능을 담은 제품을 연내 출시할 계획입니다."

Q.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됩니까.
"선수는 무료, 팀에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선수의 데이터를 개인 팀코치나 대표들이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골프 선수들은 한 선수에 재활 체력관리 등 여러명의 코치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선수관리에 특화 되어 있습니다."

Q. 국내 시장 규모는 어떻죠.
"국내 앨리트 스포츠 팀들의 1차 시장은 1000억원대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 다지고, 해외진출을 추진중입니다."

Q. 어떤 팀들이 사용중인가요.
"플코는 현재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 유소년 15~18세 △대한스키협회 △경남FC △김천상무 △안산그리너스 △호주 올림픽 FC △하나원큐 여자농구단 △우리카드 남자 배구단 △광주FC 등에서 사용중입니다."

Q. 동서양 데이터 차이가 크지 않나요.
"데이터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시아 데이터를 호주FC에서 쓰고 있습니다."

Q. 투자자분들에게 어떤 강점 어필하시나요.
"플코와 함께 하는 매력적인 프로팀들이 많습니다. 스포츠 문화와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가지신 투자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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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매출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현재 7월 기준으로 작년 매출(5.7억원) 넘었습니다. 올해 이미 계약 10억원 확보했습니다. 매출을 어떻게 증가 시킬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

Q.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 있나요.
"현재 직원은 25명입니다. 개발자와 운동선수 출신이 있습니다. 운동만 하던 선수들은 사회생활이 서툴죠. 하지만 실제 스포츠 현장은 그 누구보다 잘압니다. 경쟁 기술회사들은 기술로 설득을 하지만, 현장은 진입장벽이 큽니다. 선수출신 회사다 보니 그들의 언어를 잘알고 있고 영업 이상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 이해도가 큰 것이 강점입니다."

Q. 웨어러블 연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 개발 하고 있습니다. 워치와 선수들이 운동시 착용하는 GPS와도 연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외 스포츠테크 1위 기업들과 연구개발 논의가 이미 끝났습니다."
스포츠 데이터 플랫폼 '플코'
스포츠 데이터 플랫폼 '플코'
Q. 정부 창업 정책은 어떻게 보시나요.
"정부 지원 잘 활용하는 것도 사업 실력입니다. 플코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잘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만 타내는 좀비기업들도 많다. 사업가라면 그런 기업들도 이겨내야한다.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재양성을 늘리는 것이다. 창업하려는 스타트업은 많은데, 정작 일할 사람이 부족합니다. 인재 양성 인턴십이라던지 실무에 투입 가능한 지원 사업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술을 통해 스포츠 문화 혁신을 하고 싶습니다. 이미 B2B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습니다. 현재 선수 개인관리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닝 식단 영양 관리 뿐 아니라 선수의 진로와 은퇴후 관리도 하고 싶습니다. 스포츠 문화를 바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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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