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전성시대'에도 초판 10만부 찍은 소설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2>(나무옆의자·사진)가 출간과 동시에 각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초판으로 10만 부나 찍었는데 벌써부터 추가 인쇄를 논의 중이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생활을 달래줄 ‘힐링 소설’을 찾는 이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10일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간돼 누적 70만 부 넘게 팔린 <불편한 편의점> 후속작인 <불편한 편의점 2>가 이날 정식 출간됐다. 나오자마자 알라딘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5위, 예스24에선 6위에 올랐다. 교보문고에서도 인터넷 판매량 기준 10위를 기록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전작의 인기를 감안해 초판 10만 부를 찍었지만 예약 판매와 매장 진열만으로 재고가 거의 소진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요즘엔 1만 부 정도 팔리는 소설에도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는다. 초판에 10만 부를 찍고, 출간 하루 만에 추가 인쇄를 검토하는 건 이례적이다. 인기 작가 김영하의 신작 <작별 인사> 초판은 3만 부를 찍었다.

전작은 서울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서울역 노숙자 ‘독고’가 편의점 주인 할머니가 잃어버린 파우치를 찾아준 인연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손님들도 독고와 소통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해간다.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독고를 대신해 <불편한 편의점 2>에선 새로운 야간 알바 ‘근배’가 등장한다. 커다란 덩치와 수다가 부담스러운 이 ‘40대 아재’는 놀라운 친화력으로 편의점을 찾는 손님과 동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악명 높은 블랙 기업에 당할 뻔한 취준생 동료,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장사가 안 돼 매일 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하는 정육식당 사장, 열악한 집안 환경 속에서 재택 수업을 받으며 힘들어하는 고등학생 등이다.

서점가에선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의 인기 비결로 늘어난 ‘힐링 수요’를 꼽는다. 하지순 나무옆의자 편집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독자가 늘어난 게 <불편한 편의점>의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과 올해 인기를 끈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도 그런 책들이다. ‘이야기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하 편집자는 “책을 쓴 김호연 작가는 20년 넘게 글을 써 온 베테랑”이라며 “한번 책을 잡으면 웬만해선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고 말했다. 실제 독자 평에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는 글이 많다. 김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만화 기획자, 소설 편집자를 거쳤다. 2013년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편의점이란 공간이 갖는 상징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편의점은 사막처럼 건조하고 황량해진 현대 사회에서 오아시스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편의점은 당장의 허기를 해결해줄 뿐 아니라 어두운 골목을 걷는 불안감을 걷어주는 등 현대인에게 위안을 주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