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11일 '세계유산축전' 기념공연…"문화유산 가치 전달도 중요"
"즉흥적인 여유가 내 춤의 장점…'한국 예술계 어머니' 되고 싶어"
안은미 1300년 넘어 부석사와 하나 되다…"무량수전으로 오세요"
구성진 태평소 소리가 시작을 알리자 하얀 장삼 위로 붉은 천을 드리운 주인공이 등장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승려를 연상케 하는 그는 머리에 커다란 연꽃을 달고 양손에는 바라를 들었다.

천천히 움직이다 지그시 눈을 감기도 하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가 어깨를 들썩였다.

장구 리듬이 빨라지자 빠르게 돌면서 바라를 연주하며 움직임을 완성했다.

틀을 깨는 파격적인 춤 세계로 잘 알려진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다음 달 10∼11일 특별한 공연을 선보인다.

무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 중 한 곳인 경북 영주 부석사다.

안은미컴퍼니 수장인 그는 10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부석사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관람객이 언덕을 오르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특별한 체험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다음 달 개막하는 '2022 세계유산축전 - 경상북도'의 하나로 마련된 '부석사 명무전 기특기특' 공연은 그에게 색다른 시도다.

영주에서 태어난 그도 부석사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다.

안은미는 "다양한 공연을 해왔지만 사찰에서 춤추는 건 처음"이라면서도 "제안을 받고 8개월 정도 준비하면서 불교 공부도 하고 각종 불교문화도 연구하고 있는데 모든 게 다 재밌다"며 환히 웃었다.

공연은 부석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무량수전까지 경사진 길을 따라 진행된다.

신라 문무왕 때인 676년 지어져 1천300년 역사를 가진 부석사를 춤으로 풀어내기 위해 그는 '기특'(奇特)을 주제로 택했다.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일을 몸짓으로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안은미 1300년 넘어 부석사와 하나 되다…"무량수전으로 오세요"
안은미는 "부석사라는 공간이 갖는 장소적 특성에 사람의 숨결을 더해 여태껏 보지 못했던 입체적 조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무량수전까지 오르는 길목마다 스토리텔링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의 끝, 무량수전과 마주 보고 있는 안양루 안에서 관람객들과 만나게 된다.

"걸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좁아요.

무량수전까지 끝까지 올라야만 저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절대로 중간에서 포기하면 안 되고요.

극락까지 와야 안은미가 있어요.

하하"
그는 인터뷰 내내 '부석사니까 (공연) 한다', '영주의 딸이니 한다'며 웃었지만, 문화유산에 대한 생각을 밝힐 때는 진지한 태도로 답했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에 그 가치를 어떻게 전할지도 중요해요.

그걸 발전하고 진화하는 과정 자체가 '축제'고요.

이번 공연도 그런 의미로 다가가고 싶어요.

"
어느덧 '선생님', '명인' 등 호칭이 자연스레 붙지만 그는 계속 춤을 추면서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안은미는 "오랜 기간 춤을 추고 작업하면서 느끼는 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젊을 때와 다르다.

세월의 중첩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두터워진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만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어떠한 골격을 갖췄지만 그 안에서 내 마음대로, 또 즉흥적으로 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게 나의 춤이고 한국적인 느낌"이라고 했다.

"잊히지 않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좋은 여자, 멋진 여자로 살고 싶거든요.

그리고 한국 예술계의 어머니상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120살까지 오래 살아야겠죠?" (웃음)
안은미 1300년 넘어 부석사와 하나 되다…"무량수전으로 오세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