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마을 곳곳 상처투성이…유실된 포장도로가 물길 막아 하천 새로 생겨
주민 30여명 고립…일부 정전에 통신두절…"복구도 못했는데 폭우 또 온다니"

"80살 평생 이런 적은 처음이야. 밤중에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니까.

"
[중부 집중호우] 418㎜ 쏟아진 여주 산북면…"물폭탄에 전쟁터가 따로 없어"
밤사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9일 경기 여주시 산북면 명품리 마을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곳은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418㎜의 폭우가 쏟아진 곳이다.

400㎜는 7월 한 달간 서울시 전체에 내린 비와 비슷한 양이다.

그야말로 '물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수마가 할퀸 자국은 상상 이상이었다.

산골짜기에는 경사로마다 상처투성이인 상태에서 세찬 물살이 계속 흘러나왔고, 약해진 지반은 곳곳이 무너져 흘러내렸다.

아스팔트 포장의 도로는 갈가리 찢겨 파편에다 나뭇가지 등 폭우로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까지 마을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하천의 물길을 막았고, 결국은 넘친 물이 민가 쪽으로 흘러들어 없던 새로운 물길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주차된 자동차 여러 대가 무너진 지반에 뒤엉켜 침수되거나 전복됐고, 샌드위치패널 구조의 가건물 중 일부는 아예 무너지기도 했다.

주민 김모(82) 씨는 "새벽 2시쯤에 갑자기 '우르르 쾅쾅' 소리가 여태 들어본 적도 없는 크기로 나서 놀라 뛰쳐나왔다"며 "산에서 나무와 흙탕물들이 계속 쏟아져 내리는데 혹시나 집이 휩쓸릴까 봐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중부 집중호우] 418㎜ 쏟아진 여주 산북면…"물폭탄에 전쟁터가 따로 없어"
하천 상류 쪽에 사는 주민 30여명은 흘러내린 토사와 암석에 도로가 덮여 여전히 고립된 상태다.

소방당국과 여주시 등이 나서 중장비를 동원해 복구하고 있지만, 도로가 좁아 장비 진입이 어려운 데다 동원할 수 있는 인원도 적어 복구까지는 여러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립된 주민 중에는 부상 등으로 건강 이상이 있는 이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전신주 등도 쓰러져 전기 공급이 끊긴데다 일부 통신망도 불통 상태라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1시 현재 내리는 비의 양은 시간당 10㎜ 내외로 잦아들었지만, 11일까지 추가로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태다.

이 때문에 흘러내린 토사를 서둘러 정리하는 주민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득했다.

주민 박모(73) 씨는 "비가 며칠 더 내린다는데 어젯밤처럼 또 비가 내린다면 정말 큰일이 날 거 같다"며 "급한 부분만 정리하고 만일을 위해 당분간 몸을 피해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내린 강수량은 서울(기상청) 442.0㎜, 여주 산북 418.0㎜, 양평 옥천 406.5㎜, 경기 광주 400.5㎜ 등을 기록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경기도에서만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4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