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여 가구 통행 차단, 일부는 마을회관 대피…진입로 가까스로 뚫려
마을 곳곳 산사태, 토사 더미로 아수라장…"복구는 고사하고 추가 피해 없길"

"자정 무렵부터 마을 진입도로가 산사태로 유실돼 전기도 끊기고 인터넷도 안 됩니다.

오늘 오후에야 면사무소 직원들이 산을 타고 넘어가 중간 지점에서 주민들과 만난 다음 구호물품도 겨우 전달했습니다.

"
중부지방에 집중호우로 피해가 이어진 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청 남한산성면사무소 직원 임모 주무관은 검복리 마을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중부 집중호우] 18시간 고립 남한산성마을…구호품 산 타고 넘어 전달
광주시와 임 주무관에 따르면 검복리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왕복 2차로)에 산사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8일 오후 11시쯤부터다.

이 마을에는 180여 가구 300여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밤 내린 폭우로 마을로 통하는 진입로 한쪽 사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0여m 구간 이상에 토사가 쓸려 내려오면서 길을 막아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폭우로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마을에 정전이 발생해 전기도 끊겼다.

마을 주민들은 면사무소로 전화로 상황을 전하고 진입로 복구를 요청했다.

빗줄기가 새벽에 더 거세지는 가운데 면사무소는 굴착기 1대를 긴급 동원해 밤새 진입로에 쌓인 토사와 돌들을 치웠지만 역부족이었다.

토사가 쓸려 내려온 구간이 20m가 넘어서 속수무책이었다.

마을 중심부를 관통하는 길에는 고지대인 산기슭 정상부에서 토사가 쓸려 내려오면서 움푹 패 새로운 물길까지 생겼다.

나뭇가지와 돌, 주택이 파손되면서 휩쓸려 내려온 잔재물까지 곳곳에 진흙과 함께 처박혀 마을은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면사무소는 오후 4시께 산을 타고 넘어가 중간에서 주민들과 만난 뒤 주택 침수로 마을회관으로 대피해 있는 이재민 5∼6가구(15∼20명)을 위해 물과 라면, 이불 등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마을이 고립된 지 17시간 만이었다.

진입로는 오후 들어 중장비가 동원되며 마을이 고립된 지 18시간여 만인 9일 오후 5시 30분께에야 가까스로 뚫렸다.

임 주무관은 "내일 중장비를 더 투입해 진입로를 복구하려고 한다"며 "오늘 밤도 예보된 폭우에 추가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8-9일 오후 4시까지 광주시에는 430.5mm의 폭우가 쏟아졌고, 남한산성면에는 400㎜ 가까운 집중호우가 내렸다.

[중부 집중호우] 18시간 고립 남한산성마을…구호품 산 타고 넘어 전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