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발간…"차세대 K 콘텐츠로 발돋움하길"
생김새도 행동도 독창적인 'K 요괴'…고전소설 속 요괴 이야기
눈도, 코도 없는 기이한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훗날 영웅이 되는 김원의 활약상을 그린 고전소설 '김원전'에는 '아귀'가 등장한다.

지하국의 괴물로 표현되는 구두장군 아귀는 집채만 한 몸집에 비늘이 돋쳐 있고 키가 30m에 이른다.

머리가 9개인 아귀는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입에서 불, 물, 화살을 마구 뿜어낸다.

또 다른 고전소설 '삼강명행록'(三綱明行錄)에 나오는 '올출비채'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다.

푸른 저고리에 붉은 명주 치마를 입은 이 요괴는 머리에 금비녀와 붉은 꽃을 꽂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한국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요괴는 단순한 '괴물'의 모습이 아니다.

여우나 돼지 등 동물과 비슷한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지만 생김새가 독특한 경우가 많고, 저마다의 능력이나 행동이 구체적이다.

이들을 퇴치하는 방법 역시 각양각색이다.

그간 한국 고전소설 속 요괴 기록을 수집해 온 이후남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는 신간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에서 다양한 고전소설에 담긴 '한국형 요괴'의 특징과 의미를 학술적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요괴를 '비인간이면서 기괴하고 인간세계에 해를 끼치다가 퇴치되는 존재'로 정의한다.

그는 '최고운전', '금방울전', '명주보월빙' 등 고전소설 76편에서 이런 정의에 부합하는 요괴를 찾아냈는데, 총 157종 요괴와 이를 퇴치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요괴 서사를 분석한다.

그는 소설 속에서 요괴가 등장하는 빈도와 중요도에 따라 그 정체를 여우, 용·뱀, 돼지·원숭이, 나무, 기타 동물 및 무생물, 정체 미상 등으로 분류한 뒤 이들이 정체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주목한다.

저자는 인간의 상상력과 욕망이 집약한 요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이자 스토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요괴 서사를 활용하면 게임 스토리텔링은 물론 동화책이나 만화책,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요괴는 인간 세계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친숙한 존재이므로 실존 여부를 떠나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며 "고전소설의 요괴가 차세대 K-콘텐츠로 발돋움해 새로운 콘텐츠 개발 활성화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392쪽. 2만2천원.
생김새도 행동도 독창적인 'K 요괴'…고전소설 속 요괴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