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꽃’인 영화, 사회의 미학과 가치관,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 영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 여럿 나왔다.

[책마을] 영화란 미학·가치관·상상력의 총아
<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도널드 리치 지음, 글항아리)은 영화 평론가 도널드 리치가 1960년대부터 50여 년에 걸쳐 쓴 산문 가운데 20편을 추려 엮은 책이다. 리치는 22세이던 1946년 일본에 도착해 2013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삶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냈다. 세계적 영화감독인 오즈 야스지로와 구로사와 아키라가 서양에 알려진 것도 리치의 공이 컸다.

리치는 ‘정취 중심의 사실주의’를 일본 영화의 특징으로 꼽았다. 서양 영화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기승전결이 있다. 일본 영화는 다르다. 이야기는 모호하고, 인물들을 멀리서 관찰한다. 도요타 시로의 1960년 영화 ‘목동기담’이 그런 예다. 한 채의 집 안에서 대부분의 사건이 전개된다.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영화들도 정취를 만들기 위해 카메라가 멀찍이 떨어져서 인물의 행동을 롱테이크로 잡는다. ‘적게 보여주기’는 나름의 효과를 거둔다. 관객은 보이지 않는 것을 알고자 스스로 더 생각하며 영화에 다가간다. 저자는 현대 일본 영화에선 이런 정취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일본의 미학은 ‘비어 있음’이다. ‘비어 있음에서 가득함을 보는 행위’에서 일본의 창조성이 나왔다. 리치는 현대 일본 사회가 이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움의 세계가 과잉으로 채워지면서 여백에서 생기던 창의성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책마을] 영화란 미학·가치관·상상력의 총아
<묘사하는 마음>(김혜리 지음, 마음산책)은 영화 전문기자인 저자가 2017년부터 3년간 ‘김혜리의 영화 일기’라는 코너에 연재한 글과 몇 편의 산문을 더해 엮은 책이다. 책은 현학적이고 어려운 이론을 지양한다. 간결하고 쉽게 영화를 설명한다. 책 제목에 ‘묘사’라는 표현을 넣은 이유다. 저자는 “영화에 이목구비가 있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그 초상을 그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배우 이야기부터 늘어놓는다. 톰 크루즈를 “할리우드에 몇 남지 않은 고전적 의미의 스크린 스타”라고 평가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대해선 “보는 사람을 다짜고짜 감전시키는 특수한 자질이 있다”고 말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개인의 자유와 안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설명한다. 9·11테러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되풀이되는 질문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영화에 나오는 “2000만 명을 희생해 70억 인구를 구해야 한다”와 비슷한 주장은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비상선언’에도 나온다.

[책마을] 영화란 미학·가치관·상상력의 총아
<물리학자처럼 영화 보기>(다카마즈 유이치 지음, 애플북스)는 ‘백 투 더 퓨처’ ‘테넷’ ‘터미네이터’ ‘마션’ ‘인터스텔라’ 등 SF(공상과학)영화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영국 유학 시절 스티븐 호킹 박사에게 가르침을 받은 물리학자다.

물리학적으로만 보자면 시간 여행은 실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에서 시간은 인과율에 따라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른다. 웜홀이 있지만 일반적인 물질은 웜홀을 통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근처 밀러 행성에서의 1시간이 지구 시간으로 7년에 해당한다는 것은 무리한 설정이라고 설명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