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재택근무 지쳤다"…제3 오피스 찾는 직장인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공간의 개념이 무너지고 그 역할이 바뀌면서 생활방식도 달라졌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회사 근처에서 먹던 점심을 배달 앱을 이용해 먹었다. 출근할 때 입을 옷 대신 집에서 편하게 앉을 의자를 구입했다. 외식비는 배달 플랫폼이 가져가고, 수십만원에 달하던 의류 소비액은 가구업계로 흘러갔다. 이처럼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의 변화는 소비 흐름을 바꾸고 산업 지형에도 변혁을 일으킨다.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는 공간이라는 렌즈를 통해 발생하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경영데이터 플랫폼 회사에서 세계 각국의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속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최전선을 소개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기회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일하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아니라 ‘일과 삶이 결합된 방식(워라블·work and life blend)’이 새 트렌드로 뜨고 있다고 진단한다. 워라블을 추구하는 삶은 퇴근 전과 후의 삶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처럼 즐기면서 살아가고, 일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때로는 자연 속에서, 때로는 적당한 백색 소음이 가득한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집과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업무공간’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원격근무로 인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증가했지만, 휴식과 근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 저하를 호소하기도 한다. 미술관이나 열차가 사무실로 변신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우나실도 책상을 들여 일하는 공간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저자는 온라인 쇼핑 확산에 따른 상업 공간의 극적인 변화에 맞춰 위기에 직면한 오프라인 소매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새롭게 추구하는 전략도 소개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