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 앱 오션뷰 숙소 모습.
'한달살기' 앱 오션뷰 숙소 모습.
'4인 가족이 제주에서 한달간 살려면?'

과거에는 각종 부동산 카페를 통해 집주인과 직거래를 하거나 공인중개소를 통해 알음알음 정보를 얻어야 했다. 계약을 하고 돈을 입금하고 나니 실제 집주인과 수유주가 다른 경우도 발생했다. 한달치 숙소 비용의 금액도 만만치 않아 사기를 당하면 큰 손해를 보기 일쑤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앱이 있다. 제주부터 서울·강원·남해 등 전국 30여개 지역에 4000채의 숙소를 확보한 '한달살기' 앱이다.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31)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여행플랫폼에서 일하면서 장기숙박으로 트렌드가 바뀌는 것을 파악해 2020년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숙박 앱들과 차별화를 위해 한 달 이상 사는 숙소만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를 얻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집주인을 만나 설득했다.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꽂기도 했다. 그러자 호스트들이 먼저 반응했다.

펜션을 여러채 운영하던 은퇴자들은 1~2박 손님들을 맞기 위해 매달 청소만 수백번씩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한달살기 손님은 한달에 한 번만 청소를 하게 돼 훨씬 수월해졌다. 월세보다 임대수익이 더 높다는 장점도 매력으로 다가갔다.

김 대표는 게스트의 안전한 숙박을 위해 실제 집주인과 소유주를 확인하는 장치도 만들었다. 숙박시 앱 안에서 전자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게끔 해 법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했다. 또 게스트가 체크인을 해야만 숙박료가 정산되게끔 만들어 사기를 원천적으로 방지했다.

보정 된 숙소 사진만 믿고 예약했다가 속았던 경험을 살려 모든 숙소 사진은 포토샵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달을 빌리는 만큼 가격도 합리적이다. 제주도 숙소를 29일간 빌리는 비용은 최저 29만원(2인 기준)부터 가능하다.

창업 2년도 안 돼 반응이 뜨겁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누적 앱다운 86만명을 돌파했다. 에어비앤비와도 인기 숙박앱 순위 경쟁도 엎치락뒤치락 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한달살기 앱의 6월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국내 숙박앱 중 5위를 차지했다.

그는 “올해 1월 이미 작년 매출(23억)을 넘어섰다”며 “하반기 치앙마이와 다낭 등 해외 진출도 본격적으로 시작해 연말에는 연간 거래액이 총 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8월4일 김지연 대표 인터뷰 전문

'제주 한달살기 29만원'…입소문 타고 대박 난 '이것' 뭐길래 [방준식의 레저 스타트업]
Q. 자신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한달살기 앱을 운영하고 있는 김지연(31) 리브애니웨어 대표 입니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나와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맛집을 추천해주는 스타트업 '레드테이블' 초기 멤버로 일을 했습니다. 한국을 알리는 인바운드 일을 하다 반대로 아웃바운드 경험을 하고 싶어 한국 관광객들이 해외로 나갈때 쓰는 여행앱 '와그트래블'로 이직했습니다. 해외영업과 마케팅에서 3년간 일을 했습니다."

Q. 어떻게 29살에 창업을 하시게 되셨습니까.
"대학생때부터 여행을 좋아했고, 창업의 꿈이 있었습니다. 그전에 스타트업을 경험 하기 위해 취업을 했고 뜻이 맞는 동료 2명과 함께 공동으로 창업하게 됐습니다."

Q.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생각 하셨나요.
"전공자인데다, 관련 업계에 있다보니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과거 패키지에서 자유여행으로 변화했는데 이후에는 어떤 여행을 할까 생각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서도 점차 한 곳에서 머물러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여행기간도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착안 했습니다. 하지만 장박숙소만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업체는 없었죠. 비어있는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자 생각해 창업을 결심 했습니다."

Q. 해외 유사 사례가 있나요.
"에어비앤비의 올해 1분기 매출보고서를 보면 1주일 이상 예약 비율이 50%, 한달 이상은 20%에 달합니다. 이용 고객 70% 이상이 7일 이상 머물렀습니다. 미국 월단위 임대 가능한 플랫폼이 많습니다.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곳도 많고 투자도 많이 받습니다. 일본에서는 '어드레스(ADDress)'와 같은 집 구독 상품이 있습니다. 월 40만원을 내면 전국의 시골집을 주거구독이 가능합니다. 유럽은 유학생 문화가 발달해 월단위 임대 플랫폼이 이미 2013~2014년부터 활발하게 운영중입니다."

Q. 국내에서 장기숙박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가 있나요.
"수요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최근에서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트렌드가 되면서 새롭게 뜨고 있습니다. 한달살기 앱이 빠르게 성장하게 된 이유입니다."

Q. 코로나 기간에 창업 하셨는데,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창업 아이템은 이미 코로나 전에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서비스인 태국 치앙마이부터 시작했습니다. 수요가 커질 것 같았지만 코로나가 확산됐죠. 제빨리 국내로 눈을 돌려 강원도 숙소를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소문이 나고 제주도로 확장했습니다. 발빠르게 공격적으로 스케일 업을 시도해 한달살기가 브랜드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호스트와 대화하는 모습.
호스트와 대화하는 모습.
Q. 집주인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텐데요.
"맞습니다. 사업의 관건은 괜찮은 숙소를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장롱면허를 꺼내 혼자 모닝을 끌고 다니면서 전국을 달렸습니다. 전단지도 꽂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Q. 어떻게 2년만에 전국 최다 30곳 4000채 숙소를 모았나요.
"호스트분들은 은퇴자들이 많습니다. 한 호스트는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펜션을 운영하셨는데, 혼자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독채 4개에서 손님들이 1~2박을 하고 떠나면 한달에 청소만 수백번씩 해야했죠. 하지만 한달살기 호스트를 등록하니 한달에 청소를 딱 1번만 되니 한결 편해 지셨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강원도에 여러채 부동산을 가지고 계신 분이나 은퇴자들이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추천하시더라고요."

Q. 한달살기가 호스트들에게도 이득인가요.
"호스트 입장에서는 월세보다 한달살기로 하는게 훨씬 이득입니다. 월세보다 임대수익이 더 높습니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주택 1박당 숙박을 등록하면 불법입니다. 과태료도 큽니다. 한달살기 앱은 임대차 계약서를 쓰고, 세금신고도 다하는 합법적인 서비스 입니다. 1박당 매출이 적더라도 청소와 예약 취소 고객응대 관리의 번거로움을 따져보면 장점이 큽니다. N잡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Q. 경쟁사와 비교해 어떤 강점이 있나요.
"한달살기를 원할때 주로 리브애니웨어(업력 2년)와, 에어비앤비(업력 13년), 미스터맨션(업력 7년) 3가지를 많이 이용합니다. 우리는 업력이 가장 짧지만 매물은 국내 최다 규모입니다. 에어비앤비가 1박당 예약 하기 위한 플랫폼이라 한달 단위로 길게 잡을 경우 가격이 배로 뜁니다. 리브애니웨어는 합리적인 가격과 국내 숙박앱 중에서 유일하게 임대차계약서를 써 안전합니다."
한달살기 앱 숙소 내부 모습.
한달살기 앱 숙소 내부 모습.
Q. 숙소 내부 사진에 공을 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머물려면 자세히 사진을 찍어야합니다. 포토샵은 안씁니다. 실제 모습을 가감 없이 공개해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오히려 게스트들이 숙소 실물이 더 낫다는 피드백이 많습니다."

Q. 올해 매출 전망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누적 앱다운 86만 돌파했습니다. 올해 거래액도 작년 동기간(1~6월) 대비 매출액이 776% 이상 성장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연간 거래액 300억원을 목표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

Q. 사업하시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 있나요.
"사업이 커질 수록 고객이 다양해져 마케팅과 제휴방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에 통했던 공식이 안통할때면 당황 스럽죠. 새로운 방법을 계속 찾아야만해 매일이 첼린지입니다."

Q. 올해 4월 '프리A' 20억원 유치하셨는데,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투자를 받기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서비스가 좋으면 수치가 좋을 것이고, 투자도 따라 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일 리뷰를 읽습니다. 고객들의 따끔한 클레임을 새기고 있습니다. 본질을 잃지 않고 가니 어느새 에어비앤비와도 구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경쟁할 만큼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비전의 본질을 잃지 않고, 함께 공감하는 투자자와 함께 가길 원합니다."

Q. 7월25일 현대글로비스와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는데, 반응은 어떠신지.
"최근 트렌드는 '워케이션(일+여행)'이 떠오르고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중입니다. 현재 아주그룹과도 진행중입니다. 기업들이 예전에는 직원들에게 포상금과 호텔 숙박권을 줬지만, 이제 리브애니웨어 이용권을 주고 있습니다. 대기업 복지몰 러브콜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B2C 뿐만 아니라 새로운 B2B 수요가 생기고 있습니다."

Q. 새로운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8월 3일 '구해줘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숙소 △지역 △날짜 △예산 △인원 △주택종류 △테마를 입력하면 호스트가 보고 매칭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호스트는 공실률을 채워서 좋고,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달살기 고객은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숙소를 결정하는 고민의 시간도 깁니다. 함께 가는 가족 및 친구와도 오랜시간 상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고객이 리브애니웨어에 와서 숙소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구해줘’는 ‘고객이 원하는 숙소를 어떻게 찾아 줄 수 있을까?’에서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또한 최근 리브애니웨어에 50대 이상의 고객층도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어, 모바일 숙소 예약이 낯선 고객층에게도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업 비전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회사의 비전은 어디서든 살아보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추우면 발리에서 3개월, 다시 제주에서 2개월 등 원하는 곳에서 원할때 살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고 싶습니다. 새벽배송을 연 마켓컬리처럼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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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