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규동 시인은 1948년 고향 함경북도를 떠나 서울로 내려왔다. 어머니께는 서울에서 3년만 시를 공부하고 돌아가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6·25전쟁으로 노모와 약속은 결국 지키고 못했다.

김 시인은 2011년 타계하기 전까지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서정 기조의 한국 문단에 충격을 던진 모더니스트 시인이자, 민주화운동에 가세한 문학인 김규동의 인생이 책으로 나왔다.
'모더니스트 시인' 故 김규동의 문학과 삶을 담은 <귀향> 발간
김규동기념사업회는 김규동의 시 25편과 함께 평론과 추모문집을 엮어 <귀향>을 발간했다. 책은 ‘나비와 광장’의 시인 김규동의 문학과 삶을 돌아본다. 총 3부 구성으로 됐다. 1부 ‘김규동의 대표 시 25편’에서는 김규동의 시적 정수를 담은 시를 골라 실었다. 2부는 ‘평론가들의 김규동 새롭게 읽기’로 8명의 평론가 오형엽 나민애 임동확 김종훈 유성호 김응교 김유중 맹문재가 김규동의 시세계를 분석하고 해설한다.

3부는 김규동 시인의 5주기인 2016년에 창비에서 비매품으로 발간되었던 추모문집 <죽여주옵소서>의 일부를 ‘책 속의 책’ 개념으로 수록했다. 여기엔 문인 28인의 추모 산문과 임철규 교수의 평론, 김규동 시인의 모습과 시화·조소·서각 작품의 사진이 실려 있다.

출간에 참여한 시인 이동순은 ‘문곡(文谷) 김동규 선생에 대한 추억과 회포’라는 글에서 “김규동 시인께서는 살아계실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문단과 문학사, 작금의 사회현실이 당면한 각종 위기를 계속 염려하시며 그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아주시리라 믿는다”고 썼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고인의 두 아들 김현과 김준이 아버지를 회상하는 글을 남겼다. “반세기가 넘게 북녘의 모친과 형제를 그리워하면서도 세상 떠나기 전날의 저녁까지 책과 붓을 놓지 않았던 선친의 고독과 예술혼을 내내 되새기고 싶다”고 적었다.

기다림(故 김규동)

나의 어머니는 무학이라
시계를 볼 줄 몰랐지만
시간을 잘 맞혔다
그래서 장난으로
어머니한테 시간을 묻고 했다
분단으로 40년간 어머니를 못 보지만
그분께 얼마나 많이 시간을 물었던가
공해 속에서도
나뭇잎이 무성해가는 6월에
포성과 유혈이 낭자한 민족비극의
그날을 보며
나날이 늘어가는 고층빌딩의 음산한 그늘 아래를
또 그분께 시간이나 물으며 간다
어머니
지금 몇 신가요

박종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