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배를 타고 노를 젓는 것은 생존의 일이었다. 물고기를 잡아 옆마을에 내다팔 때, 수평선 너머 미지의 땅을 개척할 때도 인류는 노를 저어 나아갔다.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존의 일은 놀이가 됐다.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민,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이 활용하던 작은 배가 카누와 카약으로 발전했다.

유유자적 뱃놀이 해볼까…카누와 카약

마이리얼트립, 여기어때 제공
마이리얼트립, 여기어때 제공
카누와 카약은 배를 탄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노의 형태에 따라 구분된다. 카누는 노의 날개가 한쪽에만 있는 반면 카약은 양쪽에 있다. 초보자에게는 날이 양쪽에 달린 카약이 더 접근하기 쉽다.

카누는 배의 폭이 넓고 덮개가 없지만 카약은 배 폭이 좁아 배에 파묻히듯 앉게 된다. 배의 특성상 카누보다는 카약이 더 거칠고 박진감 넘치는 물살에 어울린다. 만약 급류나 바다 등 물이 몰아치는 곳에서 카약을 타고 싶다면 구명조끼는 물론 헬멧 등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한다.

초등학생도 하루 몇 시간 강습으로 금방 배우는 카약이지만 생각보다 뱃심이 많이 필요하다. 좁은 카약 안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허리는 꼿꼿하게 세우고 다리는 양쪽으로 벌려 몸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카약 체험 업체에서 카약은 하루 10만원이면 장비 대여와 강습이 가능하다. 춘천 중도 물레길, 삼척 죽서루, 서울 한강 등이 카약 명소다.

“파도 없이도 괜찮아” 스탠드업패들보드(SUP)

해양 레포츠에서 바람은 파도의 세기를 좌우한다. 서핑의 경우 파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즐기기가 힘들다. 파도가 강하지 않은 날 레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스탠드업패들보드(stand up paddleboard·SUP)를 선택해보자. 말 그대로 두 발로 물 위에 선 채 노를 젓는 종목인데, 긴 노를 저어 가기 때문에 파도가 없는 강이나 호수에서도 즐길 수 있다. ‘에스유피’나 ‘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언뜻 서핑과 비슷해 보이지만 SUP는 서핑보다 훨씬 쉽다. 서핑은 보드에서 일어서는 방법, 알맞은 파도를 고르는 방법을 터득하기까지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반면 SUP는 해양 레저 초보자도 한 시간 안에 쉽게 배울 수 있다. 보드 위에 서 있는 게 어렵다면 양반다리로 앉거나 무릎을 꿇고 타도 된다.

카누·카약과 마찬가지로 SUP도 하와이 원주민들이 섬 사이를 오갈 때 통나무로 보드를 만들어 노를 저어 이동한 데서 유래했다. 이후 20세기 중반 하와이 현지 서핑 강사들이 서핑의 일종으로 SUP를 즐기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와서야 지금처럼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패들보드는 일반 서핑보드보다 크고, 넓고, 두껍다. 보드 위에 서거나 앉아서 노를 저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드 앞부분에 짐을 보관하거나 성인 남성이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기에도 충분한 면적이다. 패들보드는 딱딱한 하드형 보드와 공기가 들어간 공기주입식 보드로 나뉘는데 입문용으로는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이 쉬운 공기주입식 보드를 추천한다. 서핑과 마찬가지로 물에 빠지거나 파도에 휩쓸렸을 때 보드와 사용자가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발목에 리시(보드와 이어주는 줄)를 차야 한다.

맨몸으로 만나는 바다

구명조끼, 패들 없이 맨몸으로 바다를 느끼고 싶다면 프리다이빙에 도전해보자. 산소통을 메고 잠수하는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아무 장비 없이 바닷속에서 잠수를 즐길 수 있는 프리다이빙에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닷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펀다이빙부터 해저 쓰레기를 정리하는 환경 정화 활동까지 그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프리다이빙은 숨을 참으면서 잠수하는 스포츠다. 한 번의 호흡으로 물속에 최대한 오래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 카약이나 SUP보다는 여유를 두고 수강해야 하며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 평소 요가나 명상을 통해 호흡을 다스려주면 도움이 된다. 숨 참기 연습을 도와주는 앱을 활용해도 좋다.

프리다이버들은 깊은 물속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수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퀄라이징(압력평형기술)’이라는 훈련이 중요한 이유다. 이퀄라이징이란 수압과 귀 내부의 압력을 동등하게 해주는 작업이다. 목 근육을 이용해서 인후에 있는 공기를 귀로 보내 평형을 맞춘다. 내 숨이 닿는 곳까지 차근차근 내려가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집 근처 실내 다이빙풀에서 수강을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올겨울 사이판 바다 밑 난파선을 자유로이 구경할 모습을 상상하며.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