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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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씨는 지난달부터 모닝커피를 회사 앞 커피전문점이 아닌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 A씨는 "재택근무가 끝나니 식사와 커피 값이 부담스럽더라"며 "모닝커피는 일단 집에서 내려 출근할 때 가져가고, 점심 커피는 시판용 커피백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커피 전문점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주머니 부담이 커지자 A씨처럼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먹는 '홈카페' 수요가 급증하는가 하면 커피전문점 대신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커피도 많이 팔리는 모양새다.

23일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7일(4주간)까지 차카운 물에 커피를 내린 '콜드브루' 판매량은 직전 4주간의 1.3배로 뛰었다. 커피 관련 제품 인기도 높았다. 직접 원두를 갈 수 있는 그라인더 판매량은 3배가량, 커피머신 판매량도 1.2배로 뛰었다.
22일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7월17일까지 콜드브루 판매량은 직전 4주간의 1.3배로 뛰었다.
 사진=컬리
22일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7월17일까지 콜드브루 판매량은 직전 4주간의 1.3배로 뛰었다. 사진=컬리
커피에 섞기 좋은 귀리음료(오트밀크)와 우유 판매량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라떼용으로 기획된 상품인 오트사이드의 '바리스타 블렌드 귀리 우유' 판매량은 2.7배, 영국 커피 전문 제조사 마이너피겨스의 유기농 오트 음료 판매량도 1.7배 증가했다. 저지방 우유와 멸균 우유 판매량 역시 각각 1.2배, 1.1배로 뛰었다.

커피에 잘 어울리는 빵과 디저트 판매량도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타르트와 크루아상 판매량은 1.2배로 증가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식품기업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디저트 브랜드 '베키아에누보' 등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6% 뛰었다. 특히 원재료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치즈케이크, 브라우니 등 디저트의 판매량 증가세가 일반 베이커리·디저트 판매량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컬리는 "주요 커피 매장들이 고물가로 음료 가격을 올리고 있어 ‘커피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라며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는 것에 대해 가격 부담을 느끼고 있어 홈카페 상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빈이 지난 5월 세 달 만에 가격을 다시 올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 시대'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커피빈이 지난 5월 세 달 만에 가격을 다시 올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 시대'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커피 프랜차이즈는 올해부터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주력 메뉴인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가격은 4000원대 중반에서 5000원대로 조정돼 주머니 부담이 커졌다. 커피빈의 경우 지난 5월 세 달 만에 가격을 다시 올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 시대'가 열렸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계열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4500원으로 올랐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에 육박하는 커피전문점 대신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CU와 GS25에서 자체브랜드(PB) 원두커피 매출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20%가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GS25 '카페25'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31.8%에 달해 지난해(26%)보다 6%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CU의 'GET커피'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20.4%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22.6%로 오름폭이 더 커졌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선두주자 CU와 GS25에서 자체브랜드(PB) 원두커피 매출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20%가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선두주자 CU와 GS25에서 자체브랜드(PB) 원두커피 매출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20%가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편의점들은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기기를 갖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GS25는 가맹점에 스위스 유라사의 1300만원대 커피머신을 공급했고, CU도 최근 이탈리아 라심발리사의 1000만원 중반대 모델을 순차 공급하고 나섰다. 이마트24는 매장의 3분의 2 이상에 1000만원대 이탈리아 그랑 이디에 기기를 구비했다.

여기에 각 편의점은 고객 입맛을 잡기 위해 사업 리뉴얼에 돌입했다. 커피 전문점에 맞춰 고급화된 소비자 입맛을 잡기 위해서다.

GS25는 지난 3월 원두 리뉴얼 블렌딩을 진행하고 에스프레소 메뉴를 내놨다. 일부 매장의 경우 라테 메뉴에는 생우유를 사용해 품질을 한층 끌어올렸다. GS25 관계자는 "콜롬비아·과테말라·브라질·에티오피아 등 4개 유명 커피 산지 원두 배합을 5개월간 재조정했다. 새로운 메뉴로 커피의 기본인 에스프레소를 선보였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선두주자 CU와 GS25에서 자체브랜드(PB) 원두커피 매출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20%가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GS리테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선두주자 CU와 GS25에서 자체브랜드(PB) 원두커피 매출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20%가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GS리테일
CU는 최근 GET커피 리뉴얼 과정에서 신규 원두를 도입했다. CU 관계자는 "콜롬비아, 브라질, 니카라과산의 원두를 미디엄 다크 로스팅해 배합했다. 첫 입에 은은한 산미와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고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가격 부담에 커피 전문점을 찾더라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이 기프티콘을 사는 수요도 늘었다.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 '니콘내콘'에서 지난달 기프티콘 상품 구매 건수는 전년 동월보다 67.1% 뛰었다. 기프티콘 매출 1위인 카페 관련 기프티콘 매출이 15.4% 뛰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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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