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세실극장…첫 무대는 '카사노바'
한국 연극의 산실 ‘세실극장’이 폐관 위기를 딛고 연극 ‘카사노바’와 함께 다시 태어난다.

국립정동극장은 14일부터 서울 정동 세실극장을 ‘국립정동극장_세실’로 재단장해 개관한다고 밝혔다. 국립정동극장 관계자는 “세실극장을 개편해 잠재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무대에 올리지 못한 작품 등을 지원하는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실극장은 1970~1980년대 소극장 중심의 연극 문화를 주도한 곳이다. 서울연극제의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를 1회부터 5회까지 연 곳이다. 2013년에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연극 무대가 대학로로 옮겨가면서 운영난을 겪었다. 지난해 말 서울연극협회의 위탁 운영이 종료되면서 폐관 수순을 밟는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국립정동극장이 운영을 맡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이날 재개관과 함께 막을 여는 연극은 ‘카사노바’(사진)다. 영국의 대표 극작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이다. 희대의 여성편력가로 알려진 실존 인물 카사노바(지현준 분)의 인생을 다룬다. 또 다른 주인공 캐비넷 메이커(정승길 분)는 카사노바 때문에 아내와 이별했다고 믿고 복수에 나선다. 지난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은 임지민이 연출을 맡았다. 오는 24일까지 공연한다.

국립정동극장_세실은 하반기에 다양한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다음달 13일 개막하는 뮤지컬 ‘인간탐구생활’(연출 표상아)은 지구의 쌍둥이별을 배경으로 인류 멸망의 해답을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에서 찾아낸다는 설정의 SF(공상과학) 장르 뮤지컬이다.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국내 공연계는 창작 초기 단계에선 다양한 경로로 지원을 받지만, 규모가 작고 기간이 짧은 탓에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립극장_세실이 앞으로 단계적 지원을 통해 우수작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