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타인 모방하는 인간, '욕망의 족쇄'에 묶이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무엇인가를 원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잠자는 순간에도 꿈속에서 원하는 게 있다. 하지만 그것을 왜 원하게 됐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처음에 욕망으로 이끈 요인이 다른 사람의 욕망을 따라 한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 기업가이자 작가인 루크 버기스는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등 욕망에 숨겨진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욕망은 모방에서 온 것이며 이를 통제하지 못하면 끝없는 모방 경쟁에 빠진다”며 “본질을 이해하면 욕망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버기스는 이 책에 담긴 자신의 아이디어가 프랑스 문학평론가이자 철학자인 르네 지라르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라르는 “인간은 생물학적 욕구나 자기 주관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모방을 통해 많은 것을 욕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에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로 재직하며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저자에 따르면 페이팔 창업자이자 거물 투자자인 피터 틸은 지라르의 모방 이론을 경영에 접목해 큰 성공을 이뤘다. 틸이 설립한 간편결제 업체인 컨피니티는 일론 머스크의 엑스닷컴과 경쟁 관계였다. 틸은 두 회사가 서로 모방 모델로 삼으면 끝장을 볼 때까지 경쟁에 돌입할 것을 알았다. 두 회사는 합병해 페이팔이 됐고 함께 시장을 평정했다. 틸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도 모방 이론을 고려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주변인을 닮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간파하고 초기에 이 회사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저자는 욕망을 모방적이고 전염성이 강한 ‘얕은 욕망’과 마음 깊은 곳에서 만들어져 잘 변화하지 않는 ‘두터운 욕망’으로 나눈다. 두터운 욕망은 모방 욕구를 긍정적 힘으로 바꾸는 힘이다. 저자는 “두터운 욕망을 갖게 되면 변화하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진정한 만족을 주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