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입점한 서울의 한 백화점 전경. /연합뉴스
샤넬이 입점한 서울의 한 백화점 전경. /연합뉴스
“‘샤넬백 인상설’이 두달째 돌고 있네요.”

최근 들어 명품 가격 인상설이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 5월부터 인상 소식이 나오는 중입니다. 덕분에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다소 인기가 시들했던 샤넬 제품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졌습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심리 탓에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면서입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올해 세 번째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두 차례 핸드백 가격을 인상한 샤넬은 이번에도 클래식 라인 등 인기 핸드백 가격을 10%가량 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얼리 인상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 이후 샤넬은 국내에서 총 9번이나 가격을 올렸습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원자재·물류 가격이 급등한 점이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힙니다.
서울의 한 백화점 쇼윈도에 진열된 샤넬 제품. /연합뉴스
서울의 한 백화점 쇼윈도에 진열된 샤넬 제품. /연합뉴스
샤넬 가격 인상설은 지난 5월부터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과거에도 2~3개월 주기로 가격을 올려왔다는 점이 이같은 관측에 힘을 보탰습니다. 올해는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대표 핸드백 상품 가격을 높였으니 가격을 올릴 시점이 되지 않았느냐는 전망이 많았던 것입니다.

샤넬 측은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필리프 블론디오 샤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달 중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부 국내 매장에서 영업직원들도 우수고객(VIP)을 통해 인상설을 계속 흘리는 분위기입니다.

샤넬 VIP 김모 씨(41)는 “6월 중순께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매장 셀러로부터 인상 가능성을 전해 듣고 쇼핑을 했다”며 “주변에도 가격 인상을 앞뒀다는 얘기를 들은 이들이 몇몇 있었다. VVIP들에게 우선 고지를 해주면 실제 인상에 앞서 빨리 쇼핑을 마무리하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소문이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를 휩쓸면서 일부 소비자들과 재판매업자(리셀러)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둔 샤넬백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다소 시들했던 오픈런 현상도 다시 심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에서는 “VIP를 통해 가격 인상설을 계속 흘리고 있다. 소문을 퍼뜨려 자사 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시장점유율도 올리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명품업체에서 가격 인상 사실을 일부 VIP에게만 개별 공지하는 것은 흔한 판매 전략입니다. 소수 고객에게 가격 인상 계획을 귀띔해 누군가 이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 알음알음 인상 폭과 제품을 유추해나가는 식입니다. 정보를 유추해나가는 과정에서 소문이 나게 만든 뒤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을 쓰는 셈입니다.

이같은 마케팅 전략은 이번에도 잘 들어맞았습니다. 이미 주요 백화점 샤넬 매장들에선 아침 일찍 대기 신청해도 가격 인상 전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수백명씩 몰려 입장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전에 대기를 신청해도 당일 입장이 힘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진열창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진열창 모습. /연합뉴스
제품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리셀가도 다시 치솟고 있습니다. 샤넬 대표 제품인 ‘샤넬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정상가 1180만원)의 리셀가는 지난 2월 11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6월 들어 1300만원(1299만9000원)으로 18%가량 뛰었습니다. 리셀가가 오르자 일반 소비자들이 다시 매장으로 몰리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넬이 장기간 가격 인상에 대한 소식을 흘린 다음 단번에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되레 리셀러의 ‘전투력’을 자극하며 중고 시장에서도 꾸준히 가격이 올라가는 구실을 제공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물론 그 사이 샤넬은 국내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지난해 샤넬코리아는 매출 1조2237억원, 영업이익 2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6%, 66.9% 실적이 급증했습니다. 올해도 만만치 않은 실적 성장을 보일 조짐이라는 게 명품업계의 예측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