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보르도본 완역해 3권 세트 출간…심민화·최권행 번역
몽테뉴 '수상록', 57년 만에 새옷 입고 '에세'로 완역본 출간
16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미셸 드 몽테뉴(1533∼1592)가 몽테뉴 성 서재에 칩거하며 죽기 전까지 써나간 '에세'(Les Essais) 완역본이 민음사에서 3권으로 출간됐다.

민음사는 에세가 '수상록'으로 알려진 손우성 교수의 완역본(1965년) 이후 57년 만에 국내에 처음 나온 것으로, 몽테뉴 생전 마지막 판인 1588년 보르도본을 번역했다고 1일 밝혔다.

보르도본은 몽테뉴가 1588년판 에세 여백에 손으로 '6차 출간을 위한 것'이라고 적어놓는 등 여러 첨언을 추가한 버전이다.

에세는 몽테뉴 생전에는 5번 발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테뉴는 1571년 법관직을 사직하고 몽테뉴 성에 들어갔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 년간 107편의 짧고 긴 에세들을 집필했다.

글쓰기 시작 7년째에는 그간 쓴 글을 묶어 에세란 제목으로 초판을 냈다.

책 제목 에세는 '시험하다', '경험하다', '처음 해 보다' 등을 뜻하는 동사 '에세이예(essayer)'에서 몽테뉴가 만들어낸 명사다.

오늘날 통용되는 단어이자 글쓰기 형식인 '에세이'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에세 원서는 1천여쪽, 이번에 나온 번역서는 1천988쪽 분량이다.

불문학자인 심민화 덕성여대 명예교수와 최권행 서울대 명예교수가 10년간 번역하고 5년의 감수를 거쳐 15년 만에 펴냈다.

사색적 삶을 살기 위해 은퇴한 몽테뉴는 오히려 자기만의 방에서 정신적 위기를 맞았고,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정신의 움직임을 글로 기록했다.

그의 글쓰기는 자기 정신을 관찰하고 제어하며, 우울에서 벗어나고 자기 정신의 고삐를 쥐기 위한 자기 탐구의 방편이었다.

의문을 자극하거나 마음을 사로잡는 주제가 떠오르면 에피소드와 관련한 예화들을 나열하고 대비했고, 상충하고 모순되는 사례들이 만들어 내는 불확실성 속에서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살폈다.

최권행 교수는 "누군가의 마음과 영혼을 만나는 일이 삶의 방향과 모습을 형성해 간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며 "내게는 몽테뉴라는 평생의 벗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심민화 교수는 몽테뉴의 마지막 말을 빌려 "진정 유쾌하며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게 하는 지혜를 얻고 누리시길 바란다"고 했다.

576~756쪽. 각 권 2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