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 전북대 강사 논문 "표준어, 언어생활과 괴리…복수 표준어 필요"
알면서도 일부러 비표준어 쓴다…"63%, '바라' 대신 '바래'"
성인과 청소년 10명 중 6명은 동사 '바라다'의 올바른 활용형으로 인정되지 않는 '바래'를 표준어 '바라' 대신 일부러 사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학계에 따르면 양성희 전북대 강사는 국어국문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국어국문학' 198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같은 결과를 공개하며 '바라'와 '바래'를 모두 표준어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강사는 14세 이상 527명을 대상으로 '작년은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2021년은 건강하길 바라'라는 문장을 제시하고 '바라'의 사용 양상을 물었다.

응답자의 63.4%는 틀린 말이어도 '바래'를 쓴다고 했다.

'바라'가 옳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바라'를 사용한다는 사람은 22.4%였다.

응답자 14.4%는 '바라'가 불편해 다른 말을 사용한다고 했다.

'바라' 대신 '바래'를 사용한다는 비율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바래'를 쓴다는 사람은 50대 80.4%, 60대 이상 79.5%에 달했으나, 10대는 41.9%였고 20대는 52.3%였다.

지역별 '바래' 사용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은 60.9%, 지방은 64.4%였다.

또 다른 예문에서도 '바래'와 '바라'를 택한 비율은 61.7%, 27.3%였다.

'바래요'와 '바라요'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을 때는 응답률이 76.7%, 23.3%였다.

역시 '바라'와 '바라요' 사용 비율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양 강사는 "규칙동사인 '바라다'의 비문법적 활용형인 '바래'와 '바램'이 현대 한국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표준어 '바라'와 '바람'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방송·신문 기사에서도 '바래'가 쓰인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10∼30대는 학교 교육을 통해 '바래'를 '바라'로 교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바람'(望)은 불륜을 뜻하는 단어인 '바람'과 동음 충돌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이를 피하고자 '바램'을 쓰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양 강사는 "'바래'와 '바램'은 국립국어원과 학교의 강한 교정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용 빈도가 줄지 않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더욱 확산하고 있다"며 "'바래'와 '바램'을 표준어로 인정하면 실질적 언어생활과 표준어 사이 괴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표준어 정책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타율적이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며 국민에게 언어 선택의 자율성을 더 많이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