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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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는 최근 마른기침 때문에 사무실에서 항상 눈치가 보인다. 동료들은 '다 끝나 가는데 이제 와서 코로나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목을 따뜻하게 하면 낫겠지 싶어 따뜻한 물도 수시로 마셔봤지만,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찾은 병원에선 이름도 생소한 '레지오넬라증' 진단받았다.

전문가들은 여름 시즌 감기에 걸리면 냉방병이라고 단정하기 쉬운데 레지오넬라증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환기가 잘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냉방이 지속될 경우 감기, 몸살, 권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레지오넬라증을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은 주로 온수기, 에어컨의 냉각탑, 샤워기, 가습기, 분수대, 온천, 수도 배관 등과 물이 있는 어느 곳에서도 서식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균은 오염된 물이나 토양에 있다가 작은 물방울 형태로 인체에 흡입되면서 감염된다. 샤워 시설로 인한 온수 비말도 전파의 원인이나 사람 간의 전파는 되지 않는다. 25~45도의 환경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에 수돗물이나 증류수 내에서 수개월 생존이 가능하며 이런 특성 때문에 6~8월에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급증하게 된다.

레지오넬라증은 증상에 따라 치명적인 폐렴형과 가벼운 독감형으로 나뉜다. 폐렴형은 발열과 기침, 근육통, 두통, 전신 권태감 등을 동반하며 증상이 심할 경우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 체온이 급격히 오르고 가래가 별로 없는 마른기침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독감형은 초기 독감과 비슷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며, 2∼5일간 증상이 지속하다가 1주일 안에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유행 시 발병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잠복기는 5~65시간, 평균 36시간으로 증상이 2~5일 지속되다 일주일 이내에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레지오넬라증은 다른 질환과 뚜렷한 구별법이 없어 가래나 폐 조직 등 환자의 검체에서 균을 배양 후 분리해 확인한다. 진단을 받게 되면 환자의 개인 면역 상태, 기저 질환 유무, 폐렴 유무 등에 따라 항생제를 투여하여 경과를 지켜본다. 감염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으나 개인의 상태에 따라 호흡 부전, 폐농양, 저혈압, 신부전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하다가 사무실로 복귀하는 근로자들이 레지오넬라균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 바 있다. 장기간 방치된 건물 배관에 고인 물 등에서 증식한 세균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지오넬라증의 가장 근본적인 예방법은 균의 증식을 막는 것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2주에 한 번은 에어컨 필터를 깨끗이 청소하고 온종일 냉방을 하더라도 3~4시간마다 한 번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컨의 냉각탑 주변으로 다니지 않는 것이 좋고, 큰 건물이나 상업시설은 냉각탑수, 냉온수 시설을 주기적으로 청소, 소독하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