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 집단 창작 시스템 구축…"세계서도 통할 대형작품 낼 것"
국내 대표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가 ‘집단 지성’을 활용해 영화를 제작하는 ‘집단 창작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시나리오 작가 1명이 기획부터 집필까지 모두 담당해온 시스템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한층 정밀하게 스토리 라인을 그리겠다는 얘기다.

김도수 쇼박스 대표(사진)는 15일 비전 발표식에서 “전통적인 영화 투자·배급 사업을 넘어 창작자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며 “차세대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비전 발표식을 한 건 창립 23년 만에 처음이다.

김 대표는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각 창작자가 ‘나홀로’ 해오던 기획시스템을 ‘집단 창작’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어느 한 사람이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면, 수많은 사람이 ‘창작 집단’으로 가세해 살을 붙이는 방식이다. 혼자서 하면 잘해봐야 국내에서 ‘중박’ 정도 낼 아이템을 여러 사람이 도와 해외에서도 통하는 ‘대박’ 영화로 제작하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집단 창작을 통해 만든 ‘슈퍼 IP’(지식재산권)를 극장은 물론 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차세대 플랫폼으로도 유통할 계획”이라며 “우수한 창작자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400억원을 투자해 쇼박스 2대 주주에 오른 미국 투자회사 MCG의 구본웅 의장은 “쇼박스의 콘텐츠와 실리콘밸리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쇼박스는 이날 기획 중인 TV·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40여 편 가운데 올해 방영 예정인 신작 27편을 공개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파묘(장재현 감독) △현혹(한재림) △국가의 탄생(김태균) △극야(원신연) 등이다. 웹툰·소설이 원작인 △꼬마비의 웹툰 ‘살인자ㅇ난감’(이창희) △강풀의 웹툰 ‘마녀’(김태균)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언희)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 수상작 ‘휴거’(손영성) 등도 연내 나온다.

가장 먼저 나올 영화는 8월 3일 개봉하는 송강호·이병헌·전도연 주연의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이다. 국내 첫 항공재난 영화로 200억원 이상 투입됐다. ‘범죄도시2’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첫 ‘1000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 마동석을 앞세운 ‘압구정 리포트’도 선보인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