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릴 '제7회 난민영화제' 준비하는 이현서 변호사
"난민법 제정 10년, 난민에 대한 관심 커져…공존 방안 고민해야"

"난민을 나와 다른 사람으로 여기지 말고, 그냥 우리 동네 이사 온 이웃이나 전학 온 친구, 이직한 직장 동료처럼 바라봐주면 어떨까요?"
18일 개막하는 '제7회 난민영화제' 준비에 한창인 이현서(32) 화우공익재단 변호사는 "난민에 대한 두려움이나 혐오는 대부분 낯섦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평범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한다면 이들을 둘러싼 편견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사 온 이웃처럼, 전학 온 친구처럼…난민을 바라봐주길"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가 주최하는 영화제는 오는 20일 '유엔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고 난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7년째 열리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전면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이 변호사는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한국의 난민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행사의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며 "이번 영화제가 우리 곁에 사는 난민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16년 변호사 일을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국내 이주민과 난민 등에게 무료상담과 무료소송을 지원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변호사 초임 시절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난민이란 무관심한 존재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입국,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커진 것 같아요.

"
이 변호사는 "난민법 제정 후 10년간 얻은 가장 큰 소득을 꼽는다면 난민 이슈가 우리 사회의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라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이 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에 대한 생계 지원을 비롯해 국제적 수준의 난민 처우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는 "앞으로 10년은 이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혐오를 줄이는 것이 사회적 과제가 돼야 한다고 본다"며 "난민이 우리 일상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선주민과의 공존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사는 난민 등을 소재로 한 '기록'과 난민 아동을 다룬 '파리의 별빛 아래', 아프간 난민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나의 집은 어디인가' 등을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사 온 이웃처럼, 전학 온 친구처럼…난민을 바라봐주길"
이 변호사는 "(난민 문제가) 유럽이나 중동, 아시아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 우리 주변의 풍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면 "어떻게 난민이 됐고, 우리 곁에 왜 왔는지 알아야 선입견도 없어진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올 초 아프간 기여자들이 지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약 반년이 지난 지금, 이들로 인해서 범죄나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낯선 존재와 거리를 두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러나 1%에 불과한 난민 인정률, 까다로운 심사 시스템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의 난민 제도는 여전히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는 것은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하자는 뜻"이라며 "난민 협약에 가입한 국가답게 난민 보호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제 슬로건을 '그럼에도 함께'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변호사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전 세계가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았느냐"며 "이는 지구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연대 의식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국가 간 이동이 활발해지면 다시 난민 신청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돕고, 문화 행사를 통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사 온 이웃처럼, 전학 온 친구처럼…난민을 바라봐주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