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를 때가 된 것 같아요. 우수고객(VIP)들 사이에선 이미 인상설이 많이 퍼졌다고 하더라고요.”

명품 브랜드 샤넬의 '오픈런' 행렬이 길어지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다시 한 번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다. 전국 주요 샤넬 매장 앞은 오픈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 연일 장사진을 이루는 중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샤넬이 이르면 이달 말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샤넬이 이달 말께 대표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등 인기 핸드백 가방을 10%가량 인상할 것이라는 설이 대표적이다.

커뮤니티에선 “샤넬이 곧 가격을 올릴 것” “하루라도 빨리 구입해야 한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김모 씨(36)는 “5~6월 내내 인상설이 도는 걸 보니 오를 때가 임박한 것 같다”며 “리셀업자에게 줄서기 대행을 의뢰했더니 이달 들어 고객이 늘어 어렵다는 얘기를 한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필리프 블론디오 샤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유로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7월 중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이미 주요 백화점 매장들에선 가격 인상 전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려 오전에 대기를 신청해도 당일 입장이 힘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백화점 오픈 전부터 샤넬 매장 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섰다.

오전 일찍 대기 신청을 해도 수백명이 몰려 오후 입장이 어려울 정도다. 이른 오후부터는 대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같은 시간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도 수십명씩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12시40분가량 중구의 한 샤넬 매장에 방문한 박모 씨(35)는 “대기가 너무 밀려 입장을 거절당했다”면서 “이달 인상 폭이 클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리셀업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몰려 이미 매장은 북새통”이라고 말했다.

앞서 샤넬은 올 1월 '샤넬 코코핸들'(핸들 장식의 플랩백) 디자인과 소재 등을 일부 변경한 후 기존 501만원(미디움 사이즈 기준)에서 550만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3월에도 샤넬 인기 상품인 클래식 플랩백·보이샤넬 플랩백·2.55백·클래식 체인지갑 등의 가격을 5%가량 올렸다. 이달 초에는 ‘코코크러쉬’ 등 파인 주얼리 제품 가격을 약 10% 인상했다.

이번 주얼리 인상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 이후 샤넬은 국내에서 총 9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샤넬의 대표 제품 클래식 플랩백(미디움) 가격은 118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 대비 65% 올랐다. 과거에도 3~4개월 주기로 가격을 올려왔지만 인상폭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코로나19 이후 2020년 5월(18.3%), 2021년 7월(12.4%)과 11월(15.7%) 등 두 자릿수 인상률을 나타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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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리셀(되팔기) 거래로 수익을 내려는 일명 '샤테크(샤넬+재테크)'족들이 인상설을 부추기면서 이같은 '샤넬 대란'이 심해지고 있다. 명품업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셀업자들이 이젠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계획 등을 귀띔해 소문이 나게 만든 뒤 ‘더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명품 리셀업자 윤모 씨(41)는 “샤넬은 워낙 가격을 자주 올리다 보니 언제든 인상설이 돌아도 소비자들이 별로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