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프로그램 인기…웹툰·웹소설 없고 가이드북 내용 혼란 지적도
"책에 대한 갈증 해소됐다"…서울국제도서전 닷새간 10만명 관람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더 좋아하는데 출판사 부스를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보고 체험형 프로그램도 해볼 수 있어서 좋네요.

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어요.

"
국내 최대 책 축제인 '2022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한 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책 애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독자는 개막일인 1일에도 도서전을 찾았다고 했다.

한 걸음의 절반을 뜻하는 '반걸음'(One Small Step)을 주제로 펼쳐진 올해 도서전이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내년을 기약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연기·축소 등을 거듭하다가 3년 만에 다시 대규모로 열린 도서전에는 독자들이 몰렸다.

7일 도서전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올해 도서전 관람객은 10만 명으로 추산됐다.

지방선거 휴일인 첫날 2만5천 명이 다녀갔고, 주말인 4일과 5일에는 각각 3만 명, 2만 명이 방문했다.

주최 측은 당초 기대한 20만 명에는 미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렀다"고 자평했다.

이번 도서전은 국내에서 177개 출판사가 참가해 코로나19 국면에서 소규모로 열린 지난해(75개)보다 참가사 규모가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313개 사)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장소도 코엑스 A·B홀이 아닌 A홀만 사용했다.

"책에 대한 갈증 해소됐다"…서울국제도서전 닷새간 10만명 관람
도서전 홍보대사인 소설가 김영하는 1일 강연에서 "보통 도서전 첫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데 깜짝 놀랐다"며 "책과 책을 둘러싼 문화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한강은 팬데믹 이후 국내 독자와 처음으로 만나 한 4일 강연에서 "우리가 '한 걸음'을 말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아무것도 낙관할 수 없는 지금을 사는데 무책임하게 '한 걸음'을 얘기하는 대신 정말 애써서 차마 '한 걸음'이 되지 못하는 '반걸음'을 내딛어보자고 하는 것 같아 정직하고 좋은 주제"라고 평가했다.

이번 도서전은 책 판매와 강연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사회적 키워드를 담아 책 600권을 전시한 '북 큐레이션' 코너에는 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소울푸드'나 '짝꿍' 등 키워드 20개를 골라 글을 쓴 뒤 제출하면 배달앱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쓰여지지 않는 책 전시' 코너도 호응도가 높았다.

예약한 독자들이 전문 성우 도움을 받아 스튜디오에서 오디오북을 녹음한 뒤 소장할 수 있는 이벤트의 참가 열기도 높았고, 카세트테이프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청음공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책에 대한 갈증 해소됐다"…서울국제도서전 닷새간 10만명 관람
출판사들이 진행하는 즉석사진기 '인생네컷', 설문에 답한 뒤 필요한 책을 처방받는 '금쪽상담소', 버튼을 누르면 감성을 담은 문학 작품이 출력되는 '문학자판기' 등에도 독자들이 많이 찾았다.

예비 그림책 작가들은 준비한 작품을 '일러스트레이터스 월' 코너에 붙였다.

이 프로젝트에 뽑히면 기성 작가들과 협업할 기회가 주어진다.

다소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최근 새로운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고, 관련 프로그램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출판사나 협력 파트너 측에서 따로 진행한 사인회, 작가와의 만남 등 일부 행사는 도서전 가이드북에 포함되지 않아 현장을 방문한 독자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도서전의 주일우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때문에 행사를 3년 전의 절반 규모로 진행하게 돼 아쉽다"면서도 "많은 독자가 도서전을 찾았고, 책에 대한 독자들의 사랑과 열망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