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의상 99% 제 것…직접 동대문 뛰어다니며 구했어요"
'그린마더스클럽' 김규리 "진하의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었죠"
배우 김규리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의 상류층 여자 서진하와 자유로운 영혼의 프랑스 교포 레아 브뉘엘을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상반된 매력을 선보였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종영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규리는 "예상치도 못하게 찾아와 인연이 되어준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생각보다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외국에서도 많이 보시는지 요즘 부쩍 외국인 분들이 소셜미디어로 연락을 많이 주신다"며 웃음지었다.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비밀과 경쟁, 그리고 연대를 그렸다.

김규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하는 서진하와 그와 겉모습이 똑 닮은 프랑스 교포 레아를 연기했다.

서진하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부모와 남편, 그 누구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면서 극 초반에 죽음을 선택하고, 의문의 여성 레아는 진하의 죽음 이후 등장한다.

'그린마더스클럽' 김규리 "진하의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었죠"
김규리는 두 인물을 극명하게 구분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직접 스타일링했다고 한다.

그는 "작품 속에서 입은 의상 99%가 제 옷"이라며 "레아가 입은 옷과 장식품은 모두 제가 20대 때 입던 것들이고 진하의 옷은 직접 외국 사이트를 뒤지고 동대문을 뛰어다니며 구했다"고 말했다.

서진하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 채도가 낮고 옅은 색상의 긴 드레스를, 집 안에서 불안한 모습을 내비칠 때는 짙은 색상의 옷을 입는다.

와인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해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수면 마취제를 투약하기 위해 변춘희(추자연 분)와 은밀하게 호텔에서 만났을 때도 서진하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김규리는 "내면의 소용돌이를 강렬한 빨간색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사람들 앞에서 기품 있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진하는 결핍이 강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절벽에 서 있는 진하를 잡아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은표(이요원)였다고 했다.

진하와 은표는 학창 시절 친구로, 서로에게 없는 것을 동경하고 질투한다.

진하는 은표의 평범해 보이는 가족을 선망하고, 은표는 진하의 유복함을 부러워한다.

진하가 은표에게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김규리는 "진하는 은표와 함께라면 어릴 적 잘해주셨던 은표 어머니와 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모습과 본 모습의 괴리감에서 생기는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린마더스클럽' 김규리 "진하의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었죠"
주연 5명 중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됐다는 김규리는 "제 개인 전시회에 감독님과 PD님이 찾아와 캐스팅을 제의해주셨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김규리는 배우인 동시에 동양화가다.

2008년 영화 '미인도'에서 신윤복 역을 맡은 계기로 14년째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태피스트리 작가인 진하는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는데 아마 같은 예술가라는 점에서 캐스팅해주신 게 아닐까 짐작한다"고 말했다.

"살다 보면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이 무겁게 쌓여요.

축적된 마음의 짐을 그림으로 덜어내기도 하지만 그걸 뱉어낼 수 있는 창구는 연기예요.

결국 안 좋은 경험들도 다 연기의 재료가 되죠"
'그린마더스클럽' 김규리 "진하의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