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면서 가입자들이 이탈하고 있어서다. 대대적으로 규모를 키워온 OTT 플랫폼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 OTT는 글로벌 OTT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적과의 동침’을 꾀하고 있다. OTT 선두주자 넷플릭스는 가입자 감소와 경쟁자의 등장에 거품 빼기에 들어갔다.
엔데믹 쇼크…'적과의 동침' 나선 티빙·웨이브

글로벌 OTT와 손잡는 토종 OTT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7개 OTT 서비스의 월간이용자수(MAU)는 올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83만 명으로 지난 1월(3024만 명)에 비해 11.3% 줄었다. ‘포스트 넷플릭스’를 꿈꾸던 한국 OTT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빠른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티빙, 웨이브 등 토종업체들은 서둘러 글로벌 OTT와 손잡는 등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CJ ENM의 티빙은 미국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를 다음달 16일부터 티빙을 통해 서비스한다고 24일 발표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서비스하는 파라마운트플러스가 아시아 국가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티빙은 베이직 요금제(월 9000원) 이상 이용자에게 추가 부담 없이 파라마운트플러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파격 조건을 내세웠다. ‘미션 임파서블’ ‘탑건’ ‘CSI’ 등이 주요 콘텐츠다. 두 플랫폼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를 시작으로 총 7편의 티빙 작품에도 공동 투자한다.

CJ ENM은 또 KT가 지분 100%를 소유한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는 드라마를 공동 기획·제작해 티빙과 방송 채널에 공급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협업이 성사되면서 티빙과 KT의 OTT 시즌 통합설도 제기되고 있다.

SKT와 지상파 3사가 함께 만든 웨이브는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 등을 보유한 HBO맥스와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 HBO맥스는 연내 한국에 직접 진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국내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미 출혈 경쟁이 심화하며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한국 OTT도 자체 콘텐츠만으로는 가입자 확대가 쉽지 않아 글로벌 OTT와 합종연횡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감원에 할인까지

국내 OTT 시장이 요동치는 건 절대 강자였던 넷플릭스가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올 1분기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 수는 2억2164만 명으로 전분기 대비 20만 명 줄었다. 2분기에도 가입자가 최소 200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암울한 전망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넷플릭스는 최근 미국 본사 전체 인력의 약 2%에 달하는 15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오디션 프로그램 등의 라이브 스트리밍, 저가형 요금제 등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던 원칙을 바꿔 광고를 넣는 대신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