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온라인 미술시장이 1년 전보다 71%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된 작품의 평균가격은 세 배 오른 2만4921달러(약 3000만원)였고, 구매자의 89%(중복 응답)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3000만원짜리 작품’을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한다는 얘기다.

"인스타로 작품 보고, 3천만원 지른다"…1년새 71% 커진 온라인 미술시장
영국 특수보험업체 히스콕스가 최근 발표한 ‘온라인 미술거래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온라인 미술시장 거래액은 135억달러(약 17조2084억원)로 전년보다 71% 증가했다. 거래량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에 비해 72% 늘었다. 구매자의 46%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했다. ‘온라인 고객들은 초고화질 웹으로 360도 영상 화면을 보여줘야 구매할 것’이란 미술업계의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온라인 미술품 거래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연간 40억달러(약 5조원)에 머물렀다. 진품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데다 고가 미술품은 직접 본 다음 구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를 코로나19가 바꿨다. 미술관이나 아트페어, 경매장에 갈 수 없게 된 컬렉터들은 ‘손안의 미술관’을 찾았다.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SNS는 인스타그램(89%)이 압도적 1위였다. 페이스북은 68%, 트위터는 22%, 유튜브는 26%였다.

구매 목록도 달라졌다. 온라인 아트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품목은 가구(22%), 주얼리·시계(22%), 공예품(14%) 등이 전통 회화(27%)와 비슷한 비중으로 팔렸다. 회화 비중이 66%에 이르는 온라인 경매와는 다른 모습이다.

온라인 미술 거래가 대중화하면서 업계도 바빠졌다. 10년 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미국 미술품 거래 플랫폼 아트시(Artsy)의 지난해 판매액은 2019년 대비 270% 증가했다. 최근 자체 온라인 아트페어 인터섹트21을 새로 출범하기도 했다. 온라인 경매 플랫폼 ATG는 런던증권거래소에 6억파운드(약 9450억원)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했고, 최근 경쟁사인 라이브옥셔니어와 합병했다.

전통적인 박물관과 미술관, 경매사들도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E-부티크를 열었고, 영국 빅토리아&알버트뮤지엄은 디지털 플랫폼을 신설했다. 로버트 리드 히스콕스 아트 부문 대표는 “보수적이던 명품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과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히스콕스는 세계 최대 미술품 특수운송 보험회사다. 지난해 4000여 개의 갤러리와 600여 명의 컬렉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