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 '주4일 노동이 답이다' 번역 출간
노동시간 줄면 어떤 삶이 기다릴까…코로나로 떠오른 주4일제
최근 한 취업포털 설문조사 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직장인 885명이 도입을 원하는 사내 복지제도로 '주4일제'(23.4%)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그다음이 '재택근무 시행'(7.3%)으로 나타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업무 방식도 변화했다.

비대면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기업·기관이 주4일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재택 및 유연근무를 채택했다.

정치권에서도 주4일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1월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금요일 오후부터 쉬는 주 4.5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고, 벨기에도 2월에 노동법을 개정해 주4일제를 공식 도입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3천960만 명)가 주4일제 법제화에 나섰다.

직원 500명 이상인 기업의 주당 근무 시간을 40시간(5일)에서 32시간(4일)으로 줄이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32시간을 넘겨 일하는 근로자는 정규 급여 1.5배 이상의 수당을 받는다.

일본도 속속 주4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 히타치는 내년 3월까지 직원 1만5천 명을 상대로 주4일제를 시행했다.

이 경우에도 총 근로시간과 임금은 유지된다.

NEC와 파나소딕홀딩스 등도 올해 주4일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노동시간 줄면 어떤 삶이 기다릴까…코로나로 떠오른 주4일제
이런 변화의 바람 속에서 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 소속 이론가인 안나 쿠트 수석연구위원 등 3명은 최근 번역 출간된 '주4일 노동이 답이다'(호밀밭)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은 '모든 사람은 합리적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유급 정기휴가를 포함한 휴식과 여가의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한 세계인권선언 제24조를 언급하며 주4일제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 주장의 골자는 노동시간을 1년 평균으로 주4일 혹은 30시간 정도로 줄이는 것이다.

저자들은 "1년 동안 주말을 3일씩 갖는다는 의미일 수도, 매주 5번의 여유 있는 오후가 생긴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며 "나아가 남는 시간을 모아뒀다가 한 번에 일주일 혹은 그 이상으로 사용함으로써 더 긴 휴식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주당 40시간 노동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주일에 6일 동안 일한다는 이른바 '996' 루틴을 옹호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 사례를 두고는 주4일제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노동시간 줄면 어떤 삶이 기다릴까…코로나로 떠오른 주4일제
저자들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시도된 여러 해외 사례들을 설명한다.

스웨덴 예테보리의 한 노인 요양병원에서 하루 8시간 일하던 요양보호사들이 같은 급여로 6시간 일하게 되면서 환자와 직원 모두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결과가 나타난 게 대표적이다.

책은 노동시장 단축을 둘러싼 논쟁도 다룬다.

노동시간이 줄면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 저하와 경제적 실패로 이어질 거라는 주장 등을 소개하며 "일과 시간의 재분배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끝없는 소비와 축적이 아니라 인간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탐색'이라는 의견도 덧붙인다.

저자들은 "모두를 위한 노동시간의 법정 한도를 설정하는 것과 더 적은 시간 일할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맞춤형 방법을 마련해주는 것 사이의 신중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그 자체만으로는 기적을 일으킬 수 없다.

더 광범위한 정책 의제의 일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나 쿠트·에이단 하퍼·알피 스털링 지음. 이성철·장현정 옮김. 136쪽.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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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