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수 대표 "제작사 인수 추진"
지난달엔 1400억 美 투자 유치
김도수 쇼박스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쇼박스의 사업 확장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도수 쇼박스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쇼박스의 사업 확장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영화와 드라마 등을 제작하는 콘텐츠기업은 최근 몇 년간 국내 투자은행(IB)들이 가장 눈여겨본 업종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대박’을 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CJ EN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그랬다.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달랐다. 1999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M&A도 관심 밖이었다. 그저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티켓 수입을 많이 올리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그랬던 쇼박스가 달라졌다. 지난달 미국 투자회사 MCG에서 1400억원을 투자받더니 이젠 “M&A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다. 최근 만난 김도수 대표는 “급변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대응하려면 회사 덩치를 키우는 건 필수”라며 “제작사를 인수하는 방안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7년 쇼박스에 입사한 뒤 영화제작투자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 대표가 됐다.

그는 변화를 추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판이 제대로 깔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쇼박스에 대한 글로벌 콘텐츠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MCG가 쇼박스에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LS가(家) 장손인 구본웅 대표가 이끄는 MCG는 최근 유상증자 방식으로 쇼박스 지분 30%를 취득해 오리온홀딩스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쇼박스는 MCG와 함께 미국에서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신사업을 한다.

김 대표는 “MCG 투자금으로 훌륭한 작가와 감독 등이 소속된 제작사 인수에 나설 계획”이라며 “콘텐츠회사가 강해지려면 작가, 감독 등 크리에이터와 밀도 있는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쇼박스는 한국 영화시장의 최강자 중 하나로 꼽히지만, 다른 콘텐츠 분야에선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역량을 영화에 집중한 까닭이다. 그 덕분에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 ‘도둑들’ ‘괴물’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흥행작을 냈지만,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무너지자 큰 타격을 입었다. 2019년 787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468억원, 2021년 50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른 콘텐츠기업들은 드라마로 활로를 찾았지만, 쇼박스는 2020년 첫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외에는 별다른 히트작이 없다. 김 대표는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을 이을 작품을 곧바로 내놓지는 못했다”며 “올해부터 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용 드라마를 40여 편 준비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드라마에서도 ‘쇼박스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도 잇달아 개봉한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비상선언’은 오는 8월께 개봉할 계획이다. ‘관상’ ‘더 킹’ 등을 만든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스타군단이 총출동한다. 마동석 정경호가 출연하는 ‘압구정 리포트’(가제), 라미란 주연의 ‘시민 덕희’ 등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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