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경제학' 개척한 윌 페이지
기존 업계·가수 CD 판매만 고집
불법 음원 공유 사이트에 무너져
'월 9.99달러' 스트리밍이 시장 접수
"낡은 줄기 버리고 새 줄기 잡아야"
음악 뿐 아닌 모든 산업에도 통용
글로벌 음악 시장 매출 그래프엔 깊은 계곡이 있다. 1999년(241억달러)과 2021년(259억달러)을 봉우리로, 그 사이에 2014년(142억달러)을 바닥으로 한 U자형 계곡이다. 그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잘나가던 시장이 ‘냅스터’란 음원 불법 공유 사이트 탓에 무너졌다가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되살아난 게 그래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월 9.99달러에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타잔 경제학》은 “기존 음악업계가 낡은 줄기를 놓고 새 줄기를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정글 속 타잔처럼 두려운 마음을 다잡고 적절한 시기에 새 줄기로 갈아타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저자 윌 페이지는 음악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2012년 스포티파이에 합류해 2019년까지 수석경제학자를 지냈고, 로코노믹스(Rockonomics·대중음악 경제학)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책은 경제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음악산업의 디지털 전환 뒤에 숨겨진 경제학적 작동 방식을 파헤친다.
음악업계는 한 사람당 1년에 120달러만 내면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2004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1억6200만 명이 CD를 구입했다. 1인당 평균 연간 61달러를 CD 구입에 썼다. 이러니 기존 CD 구입자를 지키는 게 중요해 보였다. 가수들도 스트리밍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스트리밍 1회당 저작권료가 0.005달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판이었다. 미국 CD 구입자는 2019년 4800만 명으로 줄었다. 1인당 구입액은 29달러로 하락했다. 반면 미국의 음악 스트리밍 구독자는 2011년 450만 명에서 2019년 9340만 명으로 늘어났다. 1인당 연평균 지출액은 81달러로 올라섰다.
저자는 업계와 가수들의 계산이 처음부터 틀렸다고 설명한다. BBC2 라디오에서 가장 인기인 ‘브렉퍼스트 쇼’는 노래를 틀 때마다 150파운드의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청취자 800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0.00002파운드다. 스트리밍의 100분의 1에도 안 되는 금액이다. CD도 얼마를 듣든, 중고를 팔든 추가로 저작권 수입을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스트리밍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스트리밍은 듣기에도 간편하다. CD를 사서 플레이어에 넣을 필요도, MP3 파일을 내려받기까지 몇 초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불법 P2P 사이트가 기승을 부린 것은 돈도 돈이지만, CD를 사서 듣는 것보다 편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P2P보다 음악을 더 쉽게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이 나오자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스트리밍 사이트는 보통 6000만 곡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의 90%는 보유 곡의 1%에서 나온다. 과거 최대 음반 매장인 타워레코드가 보유한 4만 장의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나머지 99%의 곡을 없앤다면 장사를 접어야 할지 모른다.
책은 식당 메뉴를 비유로 든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인기 없다는 이유로 없애면, 채식주의자를 친구로 둔 사람은 이 식당을 처음부터 배제하게 된다. 가끔 새로운 요리를 맛보고 싶은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질 것이다. 우리가 대형마트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대형마트에 있는 모든 물건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가 찾는 물건이 대형마트에는 반드시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에 가지 않는가.
음악산업의 뒷얘기는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유튜브 창작자가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고 후원 모델로 돈을 버는 방식의 원조가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란 사실을 아는가. 라디오헤드는 2007년 10월 새 앨범 ‘인 레인보우즈’를 인터넷에 무료 공개하며,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내라고 했다. 중간 퍼블리셔의 힘이 약해지고 창작자와 이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의 힘이 강해진 현재의 모습을 예고한 사건이었다.
음악산업을 다뤘지만,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 더 열광한다. 그만큼 대중음악과 비슷한 처지에 놓은 산업이 많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먼저 겪고, 먼저 회복한 음악산업이 걸어온 길을 뒤따를 산업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그렇게 타잔 경제학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한다.”
국내 대표 서점 교보문고가 1980년 설립 이후 첫 번째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대형 서점 중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독서 가뭄’으로 인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31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4월 1일부터 2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이날 오전 이 같은 내용이 사내 공지됐다. 희망퇴직 대상은 40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10년 이상인 임직원이다. 근속연수 10년 이상 15년 미만 임직원에겐 20개월분 기본급을, 15년 차 이상은 24개월분 기본급을 준다. 이와 별도로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으로 최대 2000만원을 추가로 준다.교보문고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건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교보문고 측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종이책 유통에서 나아가 디지털 전환,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출판계에서는 “도서 시장의 위기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성인 한 명당 한 해 읽는 책의 수는 평균 4.5권이다. 2년 전에 비해 3권 줄었다. 종이책으로만 따지면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2.7권에 불과하다.여기에 원자재가격 인상 등이 더해지면서 교보문고의 경영 실적은 뒷걸음질쳐왔다. 최근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지난해 13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사상 최대 매출 8324억원을 기록하고도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책값 인상 등으로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류 시스템 혁신, 각종 신사업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영업손실에 영향을 미쳤다. 교보문
세네갈 출신 프랑스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33)는 2021년 공쿠르상 수상자다. 1921년 <바투알라>로 수상한 르네 마랑 이후 정확히 100년 만의 흑인 수상자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으로선 최초다. 공쿠르상은 노벨 문학상, 부커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지난 22일 한국을 방문해 24일까지 한국 독자들과 만났다.그는 세네갈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세레르족 출신이다.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고등학교까지 프랑스어로 정규 교육과정을 밟았다. 프랑스로 건너간 뒤 파리의 사회과학고등연구소에서 공부했다. 세네갈의 초대 대통령이자 시인인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1906~2001)의 작품을 주로 연구했다. 박사과정 중 소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논문을 중단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그의 첫 장편소설은 2015년 발표한 <둘러싸인 땅>이다. 자하드 민병대가 장악한 사헬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았다. 아프리카 이민자의 삶을 다룬 <합창대의 침묵>, 세네갈 지역 동성애자들의 이야기인 <순수한 인간들>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2021년에 쓴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으로 공쿠르상을 받았다.안시욱 기자
‘이용자 0명.’어떤 서비스든 상품이든 출발선은 같다. 하지만 어떤 것은 세계적으로 20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고, 어떤 것은 금방 망한다. 한때 2억 명을 끌어들인 6초 동영상 플랫폼 ‘바인’처럼 잘나가다 고꾸라지기도 한다. 돈이 다가 아니다. 구글은 2011년 소셜서비스인 ‘구글 플러스’를 선보이며 대대적인 론칭 행사를 했지만 전혀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다. 대기업이 야심 차게 출시한 많은 서비스가 비슷한 길을 걸었다.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벤처캐피털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는 앤드루 첸은 이를 ‘콜드 스타트 문제’라고 부른다. 추운 날 자동차 시동을 걸기 어려운 데서 말을 따왔다. 처음 출시된 모든 서비스와 상품이 마주하는 문제다.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차량 공유업체 우버에서 일하기도 한 그는 드롭박스, 슬랙, 줌, 링크트인, 에어비앤비, 틴더, 트위치, 인스타그램 등 유명 회사들의 사례를 연구해 <콜드 스타트>라는 책을 썼다. 이용자 0명이 어떻게 수천만 명, 수억 명으로 불어날 수 있는지 생생한 사례와 함께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성공한 서비스의 이면엔 거의 항상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쓰는 사람이 많으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용자가 임계점을 돌파하지 못하면 네트워크 효과는 오히려 역으로 작용한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 손님이 아무도 없으면 발걸음을 돌리고 싶은 것과 같다. ‘제품이 뛰어나면 자연스레 이용자가 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온라인 데이팅 앱 ‘틴더’는 2012년 출시됐다. 그전에도 매치닷컴, 이하모니, 오케이큐피드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