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의 미학, 사는 기쁨…완주에서
매일을 완주하는 이들 맞으려…완주는 두 팔 벌리고 기다립니다

오늘도 경주마처럼 달리는 사람들. 셀 수 없는 장애물을 통과했고, 박수받을 만한 기록도 세웠지만 우리는 쉽게 멈출 줄 모른다. 인생은 오래달리기. 무엇을 이룰지보다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것이 삶에서 더 중요한지 모른다. 전북 완주에 가면 긴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다. 드넓은 호수를 눈에 담고, 맨손으로 보드라운 흙을 만졌다. 아, 드디어 온몸에 사는 기쁨이 스며든다.

정상미 한국경제매거진 여행팀 기자/사진=한국경제매거진DB
삼례문화예술촌
하얀 면포에 번지는 꽃물처럼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빛깔이 전북 완주를 물들인다. 하루, 아니 반나절 머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그와 같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완주 삼례읍, 호남의 젖줄로 일컬어지는 만경강에 일몰이 지면 누구나 감탄하는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가까이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대규모 양곡창고가 자리한다. 어제의 역사와 오늘의 쓸모가 만나면 내일의 영감이 되는 법. 제 역할을 잃은 양곡창고는 ‘삼례문화예술촌’이란 새 이름과 쓸모를 부여받았다. 오는 6월 30일까지 삼례문화예술촌에서는 전북 대표관광지 육성사업 특별기획전시이자 개관 9주년을 기념하는 ‘르누아르, 향기를 만나다’ 전시회가 열린다. 시각·청각·후각을 사용해 명화를 감상하는 레플리카 체험형 전시회다. 사전예약으로 ‘나만의 향수 만들기’ 체험도 참여할 수 있으니 완주에 가게 된다면 들러보자.
매일을 완주하는 이들 맞으려…완주는 두 팔 벌리고 기다립니다

봉강요
몇 해 전 완주에서는 분청사기 도요지가 발굴됐다. 대학 시절부터 분청사기의 매력에 빠져 완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진정욱 대표(도예가)에게는 운명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분청사기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 과도기에 제작됐어요. 고려라는 나라에 속했던 도예 장인들은 하루아침에 그들의 터전을 잃고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개인 활동을 해야 했죠. 분청사기는 청자에 흰 흙으로 분을 발라 구워 청자에 비해 과감하고, 백자에 비해 실용적이지만 덕분에 고유한 개성을 갖게 됐어요. ”도자기 물레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좀 전까지 단순한 점토에 지나지 않던 흙이 그의 손에서 유연한 생명력을 얻는다. 봉강요에서는 완주 분청사기의 특징인 인화문 기법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10여 명의 인원이 모이면 진 대표와 함께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구이저수지
모악산 자락 동쪽에 어여쁜 호수마을이 자리한다. 2014년 완주군이 공공기관 주도형으로 개발한 전원마을로, 이곳에 들르면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기를 바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아하고 우아한 집들이 구이저수지를 마당처럼 끌어안고 있는 데다 모악산이 하늘 가까이 넘실대니 그 자체로 작품이다. 구이저수지 수변 데크길을 따라 버드나무 이파리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구이저수지 인근에는 완주로컬푸드해피스테이션 모악산점이 자리해 완주에서 나고 자란 제철 식재료를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전북도립미술관,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도 지척이니 수변을 따라 거닐며 문화산책까지, 이만한 곳이 없다.
드림뜰힐링팜
마음이 아픈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흙 놀이가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도, 흙을 만져본 기억이 까마득한 어른도 환영이다. 소양면 해월리, 약 9900㎡ 규모에 생태놀이터와 피크닉공원, 동물농장, 카페해월 등을 갖춘 드림뜰힐링팜에서 치유농업을 경험할 수 있다. 치유농업이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농업 소재와 자원을 활용하는 농업 활동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농촌진흥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치유농업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드림뜰힐링팜은 원예치유부터 꽃다발과 디저트 만들기, 스트레스가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마음 힐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맨손에 닿는 흙의 감촉을 느끼고, 천진한 눈망울로 풀을 뜯어먹는 산양을 보며 치유농업의 힘을 몸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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