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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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적지는 '아무데나' 출발은 '언제든지'.

12일 에어비앤비가 2022 여름 시스템 업그레이드 개편안을 내놨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에어비앤비 창사 10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이다. 전 세대에 걸친 여행 방식의 변화에 맞춰 대대적인 변화를 택했다.

원하는 곳에서 살면서 일하는 여행.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엔데믹으로 접어든 이후에도 네이버 등 많은 기업들이 전면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집이 아닌 색다른 장소에서 일하고자 하는 수요도 같이 늘었다.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이들의 특징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 언제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진다면 그곳이 곧 일터가 된다. 집을 떠나는 것에 있어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에어비앤비의 이번 업그레이드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진행됐다.
목적지도, 여행 기간도 '無'…에어비앤비의 혁신 실험

여행자 스스로는 절대 못 찾는 숙소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지역에서 일하고, 또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 동안 온라인에서의 여행지 검색은 목적지와 날짜를 선택하는 기능만 존재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색할 때 흔히 떠올리는 도시는 수십 개 정도에 불과하다.

날짜와 장소를 입력하고 조건에 맞는 숙소 탐색. 모두가 알고 있는 숙박 예약 방법이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에어비앤비는 이와 같은 기존의 방식을 탈피했다. 어디에서나, 언제나 여행 기간과 목적지에 구애받지 않고 카테고리를 통해 '독특한 숙소'를 찾는 방법을 도입했다. 핵심 업그레이드로 꼽히는 '에어비앤비 카테고리' 기능을 사용하면 기존 단순 검색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수백만 개의 특이한 장소를 보다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사람들이 여행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을 반영하여 10년 만에 가장 큰 업그레이드를 도입하게 됐다”며 “이제는 모두가 원하는 곳에서 살며 일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검색 방법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개편안은 고객의 선택지를 크게 늘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접속하면 56가지의 서로 다른 카테고리가 표시된다. 목적지를 검색하더라도 그 결과 역시 각 카테고리로 다시 분류되어 제공된다. 카테고리에는 '캠핑카', '최고의 전망', '돔 하우스' 등 일반 고객이 떠올릴 수 없는 다양한 항목이 포함됐다. 카테고리를 선택할 때 마다 숙소 위치는 자동으로 지도에 표시된다. 카테고리 도입을 위해 에어비앤비는 수백만 개의 집에 붙은 제목과 숙소 설명, 사진 설명, 리뷰 등의 정보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했다. 이어 최종 검수 과정을 통해 일관성과 사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56가지 카테고리에는 전 세계 4백만 개 이상의 독특한 집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방식의 새로운 검색은 인기 있는 관광지가 아닌 새로운 여행 장소를 제안해 관광지 쏠림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집으로 안 돌아갈래" 숙소에서 또 다른 숙소로

목적지도, 여행 기간도 '無'…에어비앤비의 혁신 실험
세계적으로 2022년 1분기, 일주일 이상의 숙박 예약은 예약일 기준 전체 예약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여기에 한 달 이상의 장기 숙박객도 20%가 넘는다. 에어비앤비가 이번 개편을 통해 '나눠서 숙박'이라는 혁신을 도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숙박 기간 중 숙소를 나눠 검색할 경우 그렇게 하지 않을 때보다 최대 약 40% 더 많은 집을 찾아낼 수 있다. 이는 이용자들이 재택근무, 휴가 등으로 장기숙박을 계획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정 목적지를 검색하게 되면, 나눠서 숙박 가능한 곳의 결과가 자동으로 표시된다. 이는 검색 단계서부터 장기 숙박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2개 숙소에 나눠 머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도에서 나눠서 숙박 검색 결과를 보면 두 집을 연결하는 선을 볼 수 있고, 두 집 사이의 거리와 숙박 순서를 볼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해당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구성됐고, 각각의 숙박을 순차적으로 예약할 수 있다.

여기에 고객 불만사항 처리 및 보호 장치도 확대했다. 에어커버라는 이름으로 나온 이번 개편안을 통해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1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줬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여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팬데믹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든 숙박객에게 무료로 보장되는 '에어커버'를 만든 취지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를 통한 보장에는 대체숙소 찾아주기, 환불, 숙소 정확도 보장 그리고 24시간 안전 지원이 포함돼 있다. 특별 교육을 받은 전담 팀을 마련해 비상상황 발생 시 빠르게 재예약을 도와줄 수 있도록 했고, 안전 지원 특면에 있어서는 총 16개 언어를 커버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규제가 발목잡아

혁신에도 불구하고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넘어야 할 큰 산은 아직 존재한다. 바로 공유숙박업에 대한 규제다. 현재 국내서는 제주도 등 여행지로 분류된 곳이 아닌 행정상 일반 도시에서 한국인이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숙소를 사용하면 불법이다. 관광진흥법상 도시민박업은 외국인만 머물 수 있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에어비앤비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국내 기업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특수를 노리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 국가들 중 이러한 공유숙박 규제가 존재하는 곳은 대한민국 단 한 곳 뿐이다. 세계 공유 숙박업을 시작한 미국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한 중국도 공유숙박에 있어서는 국내보다 더 자유로운 것이 현실이다.

공유숙박 관련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에어비앤비 서비스의 국내 활성화는 첩첩산중이나 다름없다. 카테고리로 새로운 곳을 선보인다 해도 그곳이 관광지로 분류되지 않으면 내국인이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유숙박업 전문가는 "국내 숙박업 중 공유숙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라며 "규제가 풀어진다 해도 기존 호텔, 모텔 등 사업에 큰 타격을 주지 않기에 즉각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의 이번 시스템 개혁은 이번 주부터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