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즐기면서 투자도"…공동구매 통해 소유권 나눠 보유
'수익 청구권' 거래 뮤직카우와 달리 '실물자산 소유'
"증권성 단정 어려워"…플랫폼 업계 "투자자 보호 강화"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뱅크시의 작품을 천원으로도 소유권을 가질 수 있죠."
지난해 9월부터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를 이용 중인 회사원 이모(33) 씨는 8일 기자에게 스마트폰의 테사 앱 화면을 공유하며 '조각투자'의 매력을 강조했다.

이씨가 소유권을 일부 가진 작품들은 뱅크시를 비롯해 데미안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등의 작품 12점이다.

단돈 천원으로 뱅크시 작품 주인된다…미술품 '조각투자' 인기
뱅크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는 남자 그림('Love Is In the Air with Stars')은 국내 4개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구매된 작품들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테사는 3월 11일 진행한 공동구매에서 이 작품의 가격을 27억6천만 원으로 제시하고 판매 기간을 2개월로 설정했지만, 높은 관심 속에 당일 빠르게 마감됐다.

이 작품을 포함한 이씨의 컬렉션 12점의 전체 가격은 100억 원을 훌쩍 넘기지만, 그가 투자한 금액은 400만 원이다.

그는 "최근 유명한 화가가 누구인지 트렌드도 확인하고, 보유 작품도 실제로 보러 갈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8개월 보유해 수익률 16.09%를 기록했다는 그는 "잘 산 작품 하나가 재매각 될 때의 수익률도 꽤 높았기에 투자와 재미가 동시에 충족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소액으로 간편하게 미술품에 투자…보유 조각도 거래
국내에서 미술품에 조각투자하는 대표적 방법은 4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단돈 천원으로 뱅크시 작품 주인된다…미술품 '조각투자' 인기
열매컴퍼니의 아트앤가이드, 서울옥션블루의 소투, 투게더아트의 아트투게더, 테사 등이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가격할인 등을 위해 여러 사람이 물품을 대량으로 함께 사는 통상적인 공동구매와는 달리 고가의 미술품 소유권을 조각내 여러 사람이 소액으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원하는 작품의 공동구매가 진행되면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

조각투자 최소금액은 플랫폼과 작품에 따라 1천∼100만 원으로 다양하며 선착순으로 진행한다.

소투가 지난 2월 15일 진행한 김구림의 '음양 11-S, 64'(공동구매 금액 8천만 원)는 단 13초 만에 마감돼 최단 기록을 세웠다.

이우환의 '다이얼로그'는 3월 8일 공동구매(금액 12억 원)에서 1천754명이 참여해 최다 기록을 썼다.

플랫폼들은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관리하며 1조각만 보유해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단돈 천원으로 뱅크시 작품 주인된다…미술품 '조각투자' 인기
매각은 소유권자들의 투표를 통해 과반 찬성으로 결정된다.

플랫폼은 작품들을 경매 등을 통해 팔고 수익을 배분한다.

아트앤가이드는 모든 공동구매에 일정 지분을 직접 투자하며 매각도 위임받아 진행한다.

소투와 테사는 소유권 조각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투표를 통해 매각이 결정되기 전이라도 보유한 조각을 처분할 수 있고, 공동구매 시기를 놓쳤어도 소유권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단돈 천원으로 뱅크시 작품 주인된다…미술품 '조각투자' 인기
공동구매 대상은 플랫폼이 직접 정한다.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데미안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등 이른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플랫폼별로 다소 차이는 있다.

웹 기반인 아트앤가이드는 비교적 보수적으로 작품들을 선정하며 회원은 40대가 가장 많다.

열매컴퍼니 장은경 이사는 "공동구매작은 경매 낙찰률(70% 이상), 주요 갤러리 전시 이력 등의 조건과 자체 가격 산정 프로그램을 통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앱 기반의 소투와 테사 이용자는 MZ세대가 다수로, 소투의 경우 회원 중 MZ세대 비율이 56%에 이른다.

테사는 외국 작가의 작품이 대부분이며 카우스(KAWS) 등 팝아트 작품들도 적지 않다.

소투 이용자인 공무원 이모(45) 씨는 "단색화를 좋아하는데 가격이 너무 높아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조각투자로 박서보 작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증권성 인정된 뮤직카우와 차이는…"실물 소유권 분할 지분 매매"
MZ세대의 대체 투자처로 떠오른 조각투자는 미술품보다 음악저작권 시장이 더 활성화됐다.

음악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거래규모는 지난해에만 2천742억 원으로 4개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의 누적 공동구매액 합계(약 960억 원대)의 3배 수준이다.

두 플랫폼은 조각투자 플랫폼이란 공통점은 있지만, 법적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뮤직카우 상품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증권성을 인정했으며 후속 조치로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뮤직카우를 금융규제 대상으로 판단한 것은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아니라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청구권을 상품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품 조각투자는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한 지분에 투자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규가 아닌 민법과 상법이 적용된다.

단돈 천원으로 뱅크시 작품 주인된다…미술품 '조각투자' 인기
소투는 최근 금융위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안내문에서 "내부적으로 다시 한번 법률 자문을 통해 소투의 공동구매는 그림이라는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분할, 취득해 소유한 회원들의 소유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테사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후 미술품을 사는 집합적 투자구조가 아닌 테사가 선매입한 미술품 실물의 소유권인 공유 지분을 매매하고 있는 것"이라며 "분할 소유권 거래에 증권성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안내했다.

다만, 미술품 조각거래 플랫폼들은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에서 요구한 공증 등을 통한 소유권의 공적 증명, 예치금의 외부 금융기관 신탁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테사는 "분할 소유권의 증권성 여부와는 별개로 투자자 보호 장치 등 마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