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쪽샘고분 유물로 바둑기사 대결…경주문화재연구소 28일 영상 공개
신라 고분 자갈돌로 바둑 뒀다…신선한 연구? 도넘은 시도?
경북 경주 신라 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돌무지덧널무덤)인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자갈돌 400점으로 아마추어 바둑 기사가 실제 대국을 벌였다.

유물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하기 위해 벌인 행사를 두고 신선하고 다소 파격적인 실험 고고학 연구라는 평가와 함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많은 유물을 만지도록 허용했다는 점에서 도를 넘은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아마 7단인 김수영 기사와 아마 6단인 홍슬기 기사가 쪽샘 44호분 발굴조사 현장에서 지난 13일 고분 출토 자갈돌로 바둑 대결을 했다.

신라 고분 자갈돌로 바둑 뒀다…신선한 연구? 도넘은 시도?
'천년수담(千年手談)-신라 바둑 대국'으로 명명된 행사는 2020년 쪽샘 44호분의 무덤 주인 발치에서 발견된 비교적 균일한 크기의 자갈돌 860여 점이 바둑돌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획됐다.

쪽샘 44호분은 1천500년 전에 조성된 신라 왕족 여성 무덤으로 추정되며, 자갈돌 외에도 금동관·금귀걸이 등 귀금속으로 만든 화려한 장신구가 확인됐다.

바둑돌 모양 자갈돌은 이전에도 5∼7세기 경주 신라 고분에서 나온 바 있다.

황남대총 남분에서 243점, 천마총에서 350점이 나왔다.

금관총과 용강동 고분에서도 각각 250점가량 발견됐다.

쪽샘 44호분 자갈돌은 지름이 1∼2㎝이며, 둥글고 납작한 편이다.

대체로 어두운 돌과 밝은 돌로 나뉘는데, 흑돌과 백돌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돌들이 있어 바둑돌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신라 고분 자갈돌로 바둑 뒀다…신선한 연구? 도넘은 시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바둑에 필요한 돌이 361점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흑돌과 백돌을 200점씩 골라 기사들에게 건넨 뒤 바둑을 두도록 했다.

연구소는 대국에 앞서 유물 훼손과 분실 가능성에 대비해 보존처리 전문가 안전 진단과 유물 목록화 작업을 마쳤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2∼3월에 예행 연습을 했고, 대국할 때 직원들이 옆에서 지켜봤다"며 "두 기사가 자갈돌로 바둑을 두는 데 무리가 없었고, 유물도 사라지거나 파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대해 문화재계 관계자는 "금속 유물이라면 굉장히 조심해야 하지만, 돌로 만든 일부 문화재는 일반인 대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물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학계 관계자는 "일반인인 바둑 기사가 유물을 자유롭게 만지도록 했다는 사실이 의아하다"며 "아무리 작은 돌이라고 해도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취급하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국 영상 편집본은 28일 오전 11시 바둑TV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튜브 계정 등을 통해 공개된다.

남치형 명지대 교수와 이승현 대구바둑협회 사무국장이 대국을 해설하고, 동아시아 바둑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라 고분 자갈돌로 바둑 뒀다…신선한 연구? 도넘은 시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