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면에 있던 편집자, 유튜버·작가로 독자와 직접 소통
출판사 편집자의 이름은 책 표지에 없다. 책 맨 끝장 판권지에 작게 적혀 있다. 편집자는 책의 기획부터 홍보까지 도맡고 때로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사람이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편집자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졌다. 유튜브로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거나 책 만드는 일에 대한 책을 쓰는 ‘스타 편집자’가 많아져서다.

출판사 이야기장수는 14일 설립 이후 첫 책으로 《전쟁일기-우크라이나의 눈물》을 출간했다. 우크라이나 그림책 베스트셀러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연필 한 자루로 그리고 쓴 이야기다. 세계 최초 출간으로 화제를 모았다.

SNS 등에서는 이야기장수가 어떤 책을 처음으로 내놓을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연실 대표(사진)의 이력 때문이다. 이 대표는 문학동네에서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등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를 선보인 편집자다. 지난달 문학동네 임프린트로 이야기장수를 차렸다. 임프린트는 대형 출판사들이 기획력과 편집력을 갖춘 출판인에게 단독 브랜드 운영을 맡기는, 일종의 사내벤처다. 달, 난다 등도 문학동네 임프린트로 출발했다.

편집자들의 활동 영역은 책이라는 매체를 넘어섰다. 민음사의 김화진 정기현 박혜진 편집자, 문학동네의 강윤정 편집자 등은 유튜브를 통해 직접 책을 설명한다. 책과 서점 소개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는 구독자 1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책을 만드는 작업을 책으로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연실 편집자의 《에세이 만드는 법》,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의 《읽는 직업》 등이 대표적이다. 유유출판사는 아예 편집자들을 저자로 섭외해 《문학책 만드는 법》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 등 시리즈를 출간했다. ‘편집자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독자들이 편집자 이름을 보고 책을 고르는 현상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유튜브 등 직접 소통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편집자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책 만드는 과정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SNS 화제글의 종이책 출판, 웹소설의 영향으로 출판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독자와의 소통 채널이 늘어난 건 편집자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라며 “근무 여건이 열악한 영세 출판사의 경우 업무나 성과 부담이 더 커지는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