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형태로 신간을 판매하는 출판사가 처음 나왔다. 구독자를 어느 정도 확보하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점이란 유통업체 없이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호가 제각각인 콘텐츠산업 특성상 유통업체가 아닌 출판사가 구독 서비스를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하는 법’ 시리즈로 히트를 친 유유출판사는 최근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5만원을 내면 3개월 동안 종이책 신간을 매달 한 권씩 보내준다. 전자책 구독권, 전문가의 읽기 가이드, 편집자 레터, 온라인 북토크 초대권도 딸려 보낸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구독 신청을 받아 현재 192명을 모았다. 민음사와 문학동네 등이 북클럽 회원에게 큐레이션한 책을 보내주고 있지만, 출판사가 구독자에게 새로 나온 책을 매달 보내주는 건 유유출판사가 처음이다.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유통 방식을 실험해보고 싶었다”며 “그동안 서점을 통해 책을 팔다 보니 독자와의 접점이 없었는데, 구독은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독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세상이 원하는 책을 낼 수 있고, 이런 게 쌓여야 출판사의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매달 안정적인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구독 서비스의 매력이다.

다른 출판사들도 구독을 통한 책 판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뛰어든 은행나무출판사는 매달 펴내는 세계문학 신간을 구독 서비스로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판사들의 구독 서비스가 책 유통 구조를 뒤흔들 수준까지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구독을 유지하려면 독자를 끊임없이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 출판사에서 이를 충족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밀리의 서재’ ‘리디 셀렉트’ ‘예스24 북클럽’ ‘교보문고 샘’ 등 서점 업체들이 월정액에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가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