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SF 시리즈 '초월'…조예은·심너울·우다영·문보영·박서련 등 14명 참여
첫 작품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사랑은 어느 세계에나 존재"
젊은 여성작가들 SF로 뭉쳤다…"현실 한계 넘을 수 있어 매력"
근래 한국 문단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견인하는 과학소설(SF) 분야가 급성장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20년 1~9월 기준 SF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57% 급증했다.

지난해 31만 독자가 참여한 예스24의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는 SF 작가인 김초엽이 1위, 천선란이 3위에 뽑혔다.

김보영의 '종의 기원'은 지난해 미국도서상 후보, 정보라의 '저주 토끼'는 올해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을 출간한 허블이 문단의 흐름이 된 SF 작가들을 위한 새 시리즈 '초월'을 선보인다.

이 시리즈에는 문보영, 심너울, 박서련, 강화길, 천선란 등 총 14명의 젊은 여성 작가가 참여한다.

시리즈 첫 주자는 우다영, 조예은, 문보영, 심너울, 박서련의 단편을 모은 SF 앤솔러지(선집)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이다.

우다영(32), 조예은(29), 문보영(30), 박서련(33) 작가는 5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출판사가 제시한 테마나 주제 없이 자유롭게 썼는데도 모든 작품에 공통되게 사랑의 정서가 녹아 있다고 말했다.

박서련은 "책 제목이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이란 걸 막바지 작업 때 뒤늦게 알았다"며 "우리가 아는 사랑이 새로운 세계에도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잘 붙은 제목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이번에 5편의 프리퀄 중·단편을 선보인 뒤 각자의 책을 소설집이나 장편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SF 앤솔러지가 유행처럼 나오는 흐름에서 이 시리즈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박서련은 "이 소설이 장편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게임의 규칙처럼 받아들였다"며 웃음 지었다.

이들이 선보인 단편은 시공간부터 서사까지 각기 세계관이 뚜렷하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초월한 세계, 인간과 로봇·외계인 등 비인간이 등장하지만, 불안함 속에서 온 힘을 다해 살아가고 연대하는 여러 유형의 사랑이 담겼다.

젊은 여성작가들 SF로 뭉쳤다…"현실 한계 넘을 수 있어 매력"
우다영의 '긴 예지'는 예지자들이 자신들과 같은 능력을 갖춘 AI(인공지능)를 만들어 대재앙을 피하려 노력하는 세계를 담아냈다.

시인으로 본격 소설에 도전한 문보영은 '슬프지 않은 기억칩'에서 AI 로봇이 인간의 유년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세상을 그린다.

그는 "많은 연구가 필요해 한국 SF 작품을 참고하고 공부하는 단계에서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박서련의 '이 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은 범우주연합의 개입으로 우주관광이 상용화된 미래, 지구를 어떤 외계 행성의 내세로 설정했다.

우주관광 회사 직원은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외계인에게 호감을 느낀다.

젊은 여성작가들 SF로 뭉쳤다…"현실 한계 넘을 수 있어 매력"
이들 중 SF 라벨을 단 소설을 발표한 적 있는 작가는 조예은과 심너울이다.

조예은은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신비로운 호수가 폐기물로 뒤섞인 괴물을 뱉어내는 세계에서 사랑과 우정을 쌓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예은은 "실제 오염된 호수에 SF적 상상력을 넣어 작업했다"며 "이후 나올 소설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심너울은 외계 바이러스에 의해 괴물 형상과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태어나고, 정부기관이 초능력자들을 통제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이들 작가는 SF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예은은 "SF 장점은 현실의 한계를 넘어 가능성이 열려있는 세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실의 제약을 넘어선 사랑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우다영은 "이전에 해온 생각과 이야기를 다른 근육을 사용해서 쓴 것"이라며 "굉장히 건조하고 논리적인 문장을 나열해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충격이나 이해나 정서에 도달한다.

이게 내가 반한 SF 화법"이라고 짚었다.

박서련은 "작업할 때 태도의 차이는 없지만 새로운 흐름이고 탑승하고 싶은 게 요즘 작가의 심리"라며 "우리 세대는 정통 문학의 세례를 받으면서도 영상물이나 웹툰 등 여러 콘텐츠를 접한 세대이다.

꼭 기존 문학만 하고 싶어하는 작가는 오히려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허블 출판사는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을 첫선으로 3개월마다 시리즈의 새 책을 선보인다.

김학제 편집팀장은 "새로운 상상력의 판을 만들겠다는 게 포부"라며 "문학의 경계를 지우고 각각의 세계관을 존중받는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