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단독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BTS가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단독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선정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 1위, 미국 3대 대중음악상 중 2개(빌보드뮤직어워드·아메리칸뮤직어워즈) 석권, 빌보드 최장기간 1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대중음악 아티스트를 세계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상이 외면했다. 그래미 어워즈와 방탄소년단(BTS) 얘기다. 그래미가 BTS를 밀어낸 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온라인 등에선 “그래미가 아시아 아티스트를 홀대한 것”이란 비판과 “BTS 음악이 대중성에 비해 예술성이 떨어지는 탓”이란 의견이 맞섰다.

역대급 인기에도 ‘낙방’한 BTS

BTS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지난해 발매한 ‘버터(Butter)’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올랐지만, 도자 캣과 시저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에 밀렸다. 버터는 지난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10주간 1위를 차지하며 최장기간 1위 기록을 세웠다. ‘역대급’ 인기 덕에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BTS가 상을 받지 못한 이유로 이들의 활동 방식과 곡 스타일이 그래미의 선정 기준과 맞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①그래미는 음악관을 보여줄 수 있는 정규 앨범을 높이 평가하지만, 버터는 이벤트성 싱글이었고 ②버터의 작사·작곡을 BTS가 주도하지 않았으며 ③경쟁자인 도자 캣과 시저의 ‘키스 미 모어’가 특출난 음악성으로 미국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보이그룹과 아시아계에 좀처럼 상을 주지 않는 그래미 특유의 보수성이 BTS를 수상자 명단에서 밀어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래미 후보에 2년 연속 오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BTS만의 음악적 색깔을 확실히 더한다면 내년 이후 그래미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BTS 멤버 슈가도 “아쉽지만 슬퍼할 일은 아니다”며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날 SNS에서는 그래미가 시상식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BTS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BTS가 후보에 오른 부문은 통상 사전 시상이 이뤄지지만, 이날은 본상 시상식 중에서도 최후반부에 수상자를 발표했다. 트위터에는 그래미 시상식 주최 측이 BTS를 이용했다는 뜻인 ‘Scammys’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유색인종이 주요 부문 석권

올해 그래미는 ‘백인 일색’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주요 부문으로 꼽히는 종합부문 4개 트로피를 모두 유색인종에게 수여했다.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수상자는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이 결성한 팀 실크소닉의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이, 신인상 수상자는 BTS의 버터와 빌보드 1위 최장 기록을 놓고 경합한 ‘괴물 신인’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호명됐다.

‘올해의 앨범’으로는 올해 최다인 11개 부문 후보에 지명된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의 ‘위 아(We Are)’가 선정됐다. 실크소닉과 바티스트는 흑인, 로드리고는 필리핀계 혼혈 미국인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인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시상식에 영상으로 등장해 “음악으로 죽음 뒤의 적막을 채워달라”고 했다. 영상이 끝난 뒤 미국 리듬앤드블루스(R&B) 가수 존 레전드와 우크라이나 가수 미카 뉴튼이 우크라이나 국기가 펼쳐진 무대 위에서 자유를 염원한다는 내용의 ‘프리(Free)’를 함께 목 놓아 불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