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생산성 중시' 日·獨 노사관계서 배워라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노사관계는 부정의 대립적 악순환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노사는 나눠야 할 이윤을 키우는 것보다 내 진영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관심과 전략을 집중했다. 규칙과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이념에 따른 접근, 근거가 부족한 논리가 노사관계를 지배했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인해 재택근무를 포함한 근무 장소의 유연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시 출퇴근 대신 유연 근무 형태의 일자리도 플랫폼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디지털 전환 속에서 노사관계는 점점 다양화·다원화되고 있어 더 정교하고 논리적인 접근 방식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노사관계의 미래》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노사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들이 한국 노사관계가 어떤 모습과 방향으로 가야 할지 해답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일본과 독일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라는 렌즈를 통해 국내 노사관계를 살펴본다.

책에 따르면 일본 노사관계의 핵심은 생산성 원칙이다. 일본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황과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고용 안정성을 중시하게 됐다. 그 결과,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했다. 노조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생산성에 근거해 정확한 요구 수준을 산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노사관계에서도 생산성과 연동한 합리적 임금 결정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금속노조는 주요 경제연구소와 학계 전문가들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해 임금 인상 요구안을 설정한다.

이와 달리 한국의 노조들은 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한 정밀한 분석보다는 사용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요구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저자들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교섭을 통해 합리적인 보상 수준을 정하고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