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하루키보다 자연스러운 구글번역, 알파고 꺾은 '알파고 제로'
2012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남성은 대형마트로부터 우편물을 받았다.

열일곱 살인 딸 앞으로 온 임산부용품 할인쿠폰이었다.

이 남성은 마트를 찾아가 불같이 화를 내고 사과를 받았지만, 며칠 뒤에는 되레 자신이 사과를 했다.

딸은 진짜 임신을 했다.

알고리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일화다.

기존에 사용한 제품 목록을 토대로 연관성 있는 상품을 추천하던 알고리즘은 10년 동안 더 정교해졌다.

유튜브가 2016년 딥러닝을 적용해 개발한 추천 시스템은 성별과 거주 국가 같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이전 노출 목록, 마지막 시청 후 경과 시간, 영상 제작 시점까지 계산해 추천 동영상을 띄운다.

오늘날 유튜브에서 재생되는 동영상의 70%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이다.

신간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은 추천 알고리즘을 비롯해 알파고·자율주행·검색엔진·기계번역·챗봇 등 AI의 여덟 가지 쓸모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한 책이다.

인간의 두뇌 구조를 본뜬 인공 신경망은 1950년대 등장했지만 21세기 들어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규칙을 찾고 학습하는 데 충분한 빅데이터가 축적되면서다.

구글 번역은 2016년 인공 신경망을 도입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번역보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번역자의 문체도 드러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루키보다 자연스러운 구글번역, 알파고 꺾은 '알파고 제로'
초창기 기계번역은 인간이 일일이 입력한 규칙을 따랐다.

오늘날 기계번역은 데이터 학습을 이용해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통째로 옮긴다.

구글은 10년간 23개 언어, 13억7천만 단어로 번역된 유엔과 유럽의회 회의록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다.

IBM에서 일했던 전설적인 컴퓨터과학자 프레더릭 젤리넥은 이렇게 말했다.

"언어학자를 해고할 때마다 성능은 높아진다.

"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계에 대한 호기심은 이미 18세기 후반 체스 기계를 만들 정도였다.

당시 체스를 뒀다는 '메케니컬 터크'는 사람이 기계 안에 들어가 게임을 한 사기였다.

그러나 기계는 1997년 체스로, 2016년 바둑으로 인간을 이겼다.

2017년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제로는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에 100전 100승을 거뒀다.

인간 기사가 시합 도중 화장실에서 AI의 기보를 훔쳐보다 실격패하는 일도 벌어지는 시대다.

스티브 호킹은 생전에 "인간은 경쟁하기도 전에 인공지능에 추월당하고 만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사칙연산이 인간보다 빠른 계산기처럼, AI는 규칙이 정해진 게임을 좀 더 잘할 뿐이다.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장 페이페이 리는 AI를 바라보는 인간의 걱정과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가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리는 걸 놀랍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반니. 박상길 지음. 정진호 그림. 440쪽. 1만9천800원.
하루키보다 자연스러운 구글번역, 알파고 꺾은 '알파고 제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