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모임의 내부자가 되고자 했다. 정확히 무엇이 피비를 끌어당겼는지, 존 릴이 어떤 마술을 썼는지 알아내면 이 연극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터였다.”최근 국내 출간된 <인센디어리스> (문학과지성사·사진)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작가 권오경(R.O. Kwon)의 데뷔작이다. 컬트 종교 단체 ‘제자’에 빠져든 연인 피비를 빼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윌의 이야기를 그렸다.컬트 종교와 테러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만 작가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독자를 몰지 않는다. 대신 인간 심리를 깊이 파고든다. “믿음과 광신, 열정과 폭력, 합리와 미지의 경계를 눈부시도록 능수능란하게 탐사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장편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존 레너드상 등 각종 문학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고, 작가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꼽혔다.이야기는 세 인물의 입을 통해 서술된다. 피비 린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에 왔다. 엄 마의 죽음 후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잃고 방탕한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컬트 종교에 빠진다. 윌 켄달은 전도사였다가 신앙의 위기를 겪은 후 무신론자가 됐다. 하지만 구원의 환상 속에서 하루하루 삶을 기뻐하고 타인을 사랑하던 지난날을 뼈저리게 그리워한다. 존 릴은 컬트 종교 단체 제자의 창립자다. 한국인 엄마를 둔 그는 탈북민을 돕다가 북한 수용소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경험이 있다.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결핍돼 있다. 책은 컬트 종교에 대한 묘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인간의 상실감과 결핍, 사랑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문어 말뭉치 원문 자료 수집' 사업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국립국어원·웅진북센과 합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웅진그룹의 출판물류회사인 웅진북센이 국립국어원 말뭉치 사업에 참여하면서 약 1만6천 종의 저작권을 무단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피해 출판사들이 집단 반발한 바 있다. 합의문에 따르면 북센은 2027년까지 피해 출판사에 저작권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2027년 이후에는 저작권 피해 출판사가 이용료를 계속 받거나 말뭉치 사업에서 자사 콘텐츠를 뺄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했다. 출판협회 관계자는 "말뭉치 사업의 공공성을 생각해 5년간은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며 "그 이후에는 출판사들이 알아서 사업에 빠질지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출판협회는 출판사를 대상으로 이 같은 합의에 대해 동의 여부를 진행 중인데, 피해를 본 310개 출판사 중 92%의 의견을 접수했고, 대다수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의 말뭉치 사업은 문어 자료를 모아 말뭉치를 구축해 공공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다. 국립국어원이 2019년 발주했고, 웅진북센이 사업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현대인들만큼 ‘재미있는 것’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도 없다. 인터넷 덕분이다. 밤새도록 읽고, 보고, 들어도 끝나지 않는 콘텐츠가 잔뜩 쌓여 있다. 그런데도 ‘인생이 즐겁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파워 오브 펀>의 저자 캐서린 프라이스도 그랬다. 어느 날 밤이었다. 언제나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문득 눈을 뗐는데, 어린 딸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아기는 엄마를 올려다보고 있고, 엄마는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참한 기분이었다.”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임종을 맞을 때 평생 시간을 낭비했다는 기분을 느낄 것인지, 아니면 태양 아래에서 보낸 찬란한 순간을 떠올린 것인지.”왜 현대인들은 공허함 외로움 지루함 무력감에 시달릴까. 저자는 ‘가짜 재미’에 탐닉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짜 재미는 대개 수동적 소비에서 나온다. 멍하니 TV나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는 일 등이다. 코로나19 유행 전 미국 성인들은 평균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1년이면 거의 60일이다. 깨어 있는 시간의 4분의 1이나 된다. 태블릿과 TV, 비디오 게임기 등을 포함하면 이 시간은 더 늘어난다. 저자는 묻는다. “솔직히 취미 생활을 하거나 파트너, 가족, 친구 등과 직접 만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는가?”‘살아 있는 기분’은 재미있고 즐겁게 살 때 나온다. 여기서 재미는 ‘진정한 재미’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진정한 재미를 “장난기, 유대감, 몰입의 결합”이라고 정의한다. 수동적 소비와 반대되는 적극적인 행위이고 경험이다. 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