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불가불가’의 연습 장면. /서울시극단 제공
연극 ‘불가불가’의 연습 장면. /서울시극단 제공
서울시극단이 역동적 한국사를 담은 연극을 선보인다. 오는 2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불가불가’다. 단순히 역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극중극’ 형식의 액자식 구성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불가불가’는 1987년 초연한 작품으로, 극작가 이현화는 이 작품으로 서울연극제(1987년), 동아연극상(1988년), 백상예술대상(1988년) 등을 수상했다. 발표 당시에만 주목받고 기억에서 멀어진 양질의 한국 현대 희곡을 재발견한다는 취지에서 서울시극단이 다시 무대에 올린다. 제목 ‘불가불가’는 내키지 않지만 마지못해 찬성해야 하는 ‘불가불(不可不), 가(可)’의 뜻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불가(不可), 불가(不可)’의 뜻을 함께 담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공연 하루 전 리허설이 진행되는 극장이다. 배우들의 연습 현장과 일상을 보여주며 연극 제작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식이다. 극중 배우들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을사늑약 등 한국사 가운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신하들이 찬반 논란을 벌이는 장면을 연습한다. 임진왜란 전 임금 앞에서 10만 양병에 대해 논하는 장면에선 부득이하게 찬성을 주장하는 ‘불가불(不可不), 가(可)’, 절대 반대를 외치는 ‘불가(不可), 불가(不可)’가 팽팽하게 대립한다. 이때 임금이 다른 신하에게 의견을 묻자 “불가불가…”라며 말끝을 흐린다. 임금은 재차 “‘불가불, 가’요, 아니면 ‘불가, 불가’요?”라고 다그치지만 신하는 뜻 모를 “불가불가”만 반복한다.

작품은 이를 통해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혼돈과 고뇌의 상황 속에 놓인 개인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 것이다. 서울시극단 관계자는 “개인의 자아를 잃게 만드는 현대적 상황,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연출과 각색은 이철희가 맡았고, 서울시극단 단원들이 연기한다. 극작가 겸 배우인 이철희는 ‘닭쿠우스’ ‘조치원 해문이’ ‘프로메테우스의 간’ 등을 썼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