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보던 작품·새로운 언어권 소설…다양해진 세계문학전집
톨스토이, 카프카, 헤밍웨이…. 세계문학전집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름이다. 뻔하다고 생각했던 세계문학전집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여성 작가의 작품이나 고전으로 꼽히는 공포 소설을 전면에 내세우는가 하면 동남아시아 문학을 소개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최근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사진)를 시작하며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회색 여인》(엘리자베스 개스켈), 《석류의 씨》(이디스 워튼), 《사악한 목소리》(버넌 리), 《초대받지 못한 자》(도러시 매카들) 등 다섯 권을 출간했다. 4개월마다 하나의 테마로 다섯 작품을 동시에 출간하는 큐레이션 시즌제 방식을 도입했다. 이번 시즌 1의 주제는 ‘여성과 공포’로, 여성 작가가 쓴 고전 공포 소설을 모았다. 《프랑켄슈타인》을 제외한 네 권은 모두 국내 초역이다.

《회색 여인》은 인간이 가진 어두운 본성을 섬세하게 포착해 극도의 공포감을 전하는 작품이고, 유령이 나오는 집을 소재로 한 《초대받지 못한 자》는 1944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 11편’ 중 하나에 꼽혔다. 휴머니스트 관계자는 “우리가 알던 고전을 넘어,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행나무출판사는 지난달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를 선보였다. 매달 한 권씩 새 책을 출간하는 방식이다. 지난달엔 작가 탄생 140주년을 맞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펴냈다. 이달엔 찬쉐의 《마지막 연인》을 출간할 계획이다. 앞으로 율리 체의 《인간에 대하여》,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고딕 이야기》, 마리즈 콩데의 《세구: 땅의 장벽 1·2》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등대로》를 제외한 올해 출간 예정작 12편 중 11편이 국내 초역이다. 심하은 은행나무 해외문학팀 편집장은 “올해는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만 전집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지난달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를 시작했다. 베트남 소설 《영주》, 인도네시아 소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태국 소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 등 세 권으로, 동남아 문학전집은 국내 최초다. 앞으로 동남아 10개국 문학을 꾸준히 펴낼 계획이다.

기존 세계문학전집 출판사도 변하고 있다. 최근 김수영의 산문집 《시여, 침을 뱉어라》로 세계문학전집 통권 400권째를 채운 민음사는 자우메 카브레, 헨리 제임스, 코맥 매카시, 라오서, 임레 케르테스 등 그동안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전집에 포함시키고 있다.

세계문학전집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문학 분야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출판사들이 기존 전집과 차별성을 꾀하고 취향이 달라진 젊은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신선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