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뮤지컬 ‘라이온 킹’.   디즈니 제공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뮤지컬 ‘라이온 킹’. 디즈니 제공
무대 전체가 아프리카 사바나 정글로 재탄생한다. 배우들은 동물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담아낸 ‘휴매니멀(human+animal)’이 돼 정글 속을 자유롭게 누빈다. 4년 만에 내한한 대작 뮤지컬 ‘라이온 킹’은 이렇게 상상 속 정글과 동물 이야기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구현한다. 푸티 무쏭고(라피키 역), 데이션 영(심바 역), 아만다 쿠네네(날라 역), 안토니 로렌스(스카 역) 등 라이온 킹의 주역 4명을 9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프리카 정글에서 느끼는 삶의 의미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지금까지 21개국 100여 개 도시의 무대에 올랐다. 누적 관람객은 1억1000만 명에 달한다. 2018년 내한 당시에도 매진 행렬을 벌였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이 작품은 3월 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4월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아기 사자에서 무리를 이끄는 왕이 된 심바의 성장 과정을 통해 사랑과 우정, 선과 악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로렌스는 “아름다운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쿠네네는 “즐겁고 재밌으면서도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담은 메시지까지 담겨 있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주술사 라피키가 오프닝 곡인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부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쏭고는 이 곡에 대해 “삶과 죽음의 연속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이후엔 또 죽음을 맞이하죠. 그리고 그것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게 삶의 순환인 것 같습니다.”

그의 노래와 함께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기린, 가젤 등 동물들이 차례로 나오면서 무대에는 아프리카 정글이 순식간에 펼쳐진다. 앙상블이 머리 위에 잔디를 얹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듯 춤추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심바와 날라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에선 팝 음악과 아프리카 사운드가 결합돼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쏭고는 “무대 위에 아프리카가 펼쳐지면서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신비로운 ‘휴매니멀’ 움직임도

머리 위에 ‘퍼펫’(동물을 표현한 가면)을 쓰고 자신의 움직임을 일치시키는 배우들의 휴매니멀 연기는 신비로움을 더한다. 퍼펫은 고정된 게 아니라 실 등으로 연결돼 배우의 몸과 함께 움직인다. 이 때문에 배우들은 손과 발을 퍼펫과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관객이 자신과 시선을 맞추는 게 아니라 퍼펫과 눈이 마주치도록 고개 각도도 조정해야 한다. 영은 “퍼펫의 눈이 어디를 쳐다보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며 “캐릭터의 눈이 내 머리 위에 달려있는 셈이라 실제 내 눈은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거울을 보며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삶을 관통하는 다양한 메시지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스카의 음모에 빠진 심바를 구하려다가 죽음을 맞는 아버지 무파사, 아버지의 죽음을 자책하며 도망치지만 점차 자신이 누군지 자각하고 성장하는 심바의 모습 등이 그렇다.

영은 “과거의 경험과 아픔 때문에 도망칠 수도 있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장면이 큰 울림을 준다”고 강조했다. 심바의 절친이자 사랑하는 연인 날라의 용감함과 강인함도 인상적이다. 쿠네네는 “원래 내성적이었는데 날라 역을 맡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며 “힘든 역경에도 그것을 이겨내고 방법을 찾아가는 용기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