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0㎞…설원을 세로지르는 짜릿한 쾌감
‘언제쯤 나타나려나.’ 설레는 마음은 산 능선 사이를 비집고 흩뿌려진 눈밭이 보일 때 절정에 달한다. 스키장이다. 서둘러 스키복과 스키 장비를 착용하고 슬로프 입구에 도착하자 거대한 설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시원함에 가슴이 뻥 뚫린다. 스키어의 평균 속도는 시속 40~60㎞. 능숙한 사람들은 시속 80㎞에 달해 짜릿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때의 그 아찔함, 코스 정상에서 스키를 내딛기 직전 마주치는 떨림과 두려움. 스키를 타러 가는 과정은 흡사 첫사랑을 만나는 느낌과 비슷하다.

주춤하던 스키 바람이 최근 다시 불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지역 한 리조트는 리프트를 한번 타기 위해 30~40분씩 기다릴 정도로 북적였다. 스키 이용객이 크게 줄면서 슬로프마다 휑하던 3~4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매년 스키강사로 활동하는 변승원 씨는 “올해 이용객이 최소 30%가량 늘어난 것 같다”며 “강습이 어려울 정도로 북적이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해외 여행은 물론 각종 실내 활동이 힘들어지면서 봄 여름 가을에는 골프장으로, 겨울엔 탁 트인 설원으로 나오는 이가 예년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족 단위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는 게 스키 리조트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리조트 내 숙박시설과 연계한 할인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는 등 이용객을 더 잡기 위한 스키 리조트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스키가 가진 매력은 ‘향상성’이다. 1년 이상 배워야 실력이 올라오는 골프 승마 수영 등 다른 스포츠에 비해 스키는 스키강사에게 하루만 제대로 배워도 초급 코스를 타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 매주 2회씩 두 달 정도 배우면 스키선수처럼 멋지게 S자 턴을 그리며 슬로프를 내려올 수 있다. 일본 추리소설 대가이자 스노보드 마니아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말했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아주 작은 향상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스포츠다. 자신의 과제를 자각하고 다음에는 그것을 극복해보려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아직 늦지 않았다. 가까운 스키장으로 달려가 눈을 밟고 또 스키로 미끄러져보자. 넘어지면 어떤가. 그 또한 즐거움인 것을.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