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삼존불감
금동삼존불감
간송미술관이 소장 중인 국보 두 점이 경매에 나온다. 경매에 국보가 출품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난 때문에 2020년 보물 두 점을 경매에 내놨던 간송미술관이 국보까지 매각 리스트에 올리면서 문화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국보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과 ‘금동삼존불감(佛龕)’이 출품된다고 14일 밝혔다. 1962년 국보 제72호와 제73호로 지정된 이들 문화재의 추정가는 삼존불입상 32억~45억원, 삼존불감 28억~40억원이다. 국보 번호는 일련번호를 매기지 않기로 한 문화재청의 방침에 따라 쓰지 않는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계의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재정적인 압박은 커졌지만 적절한 활로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국보 매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구조조정을 위한 소장품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다시 할 수밖에 없게 돼 송구한 마음이 크다”며 “많은 고민 끝에 간송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니 너그럽게 혜량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간송미술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국보 두 점 매각 후 추가 매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이번 경매에 출품된 불상과 불감은 역사적·예술적 의미가 큰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불교 미술품이다. 높이 17.7㎝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6세기 초반 동아시아에서 호신불로 유행한 금동삼존불상이다. 서기 563년이라는 제작 연대가 명확한 것은 물론 불상의 제작자와 제작 사유를 파악할 수 있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광배의 뒷면에 ‘계미년 11월 정일, 보화(인명)가 돌아가신 아버지 조귀인을 위해 만들다(癸未十一月丁日寶華爲亡父趙貴人造)’라고 새겨져 있다.

고구려 불상의 전형을 취하고 있어 예술사적으로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하나의 광배 안에 주불과 양쪽 협시보살이 모두 새겨진 일광삼존(一光三尊) 양식을 취한 게 특징인데 이는 고구려에서 확립돼 백제와 일본 불상에까지 이어졌다.

11~12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삼존불감은 사찰의 불전을 축소한 듯한 형태로, 높이는 18㎝다. 법당 건물 모양의 감(龕) 내부에 석가삼존상을 배치한 소형 원불(願佛)이다. 감의 모양을 통해 조성 당시의 대웅전 건축양식을 유추할 수 있다. 원불은 개인이 사찰 밖에서 예불을 드리기 위해 소장 및 휴대할 수 있도록 제작한 불상이다.

간송미술관은 2020년 5월에도 소장 보물인 삼국·통일신라 시대 불상 두 점(금동여래입상·금동보살입상)을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해 문화계에 파문이 일었다. 간송미술관 소장 보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두 점 모두 유찰됐고,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사들였다. 당시 간송 측은 “재정적인 압박으로 불교 관련 유물을 불가피하게 매각하고 서화와 도자, 전적에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두 국보 확보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국보로 지정된 유물인 만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며 “평가 절차를 거쳐서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경매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유물 구입비가 40억원 정도여서 두 국보를 확보하려면 별도의 방안이 필요하다. 이들 국보 2점이 추정가 수준에서 낙찰되면 국내 문화재 거래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기존 최고가 기록은 2015년 서울옥션에서 35억2000만원에 낙찰된 보물 ‘청량산괘불탱’이었다.

이번 케이옥션 경매에는 국보 두 점 외에도 김환기의 1955년 작품 ‘산’(추정가 23억~35억원)과 박서보의 1985년 작 ‘묘법 No. 213-85’(9억~13억원),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 S8708-39’(3억5000만~5억원) 등 근현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출품된다. 구사마 야요이의 ‘Infinity Nets(TSWA)’(10억~20억원)와 앤디 워홀의 ‘Dollar Sign’(8억5000만~10억원)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경매 출품작은 오는 27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국보 두 점을 보려면 별도로 예약해야 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