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영수/사진=뉴스1
배우 오영수/사진=뉴스1
남우주연상과 작품상은 놓쳤지만 한국의 70대 배우가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10일(한국시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진행됐다. 오영수는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에서 연기로 상을 받은 건 오영수가 처음이다.

다만 '오징어게임'으로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이정재와 TV드라마 부문 작품상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남우주연상은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 작품상 역시 '석섹션'에게 돌아갔다.
/사진=골든글로브
/사진=골든글로브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놓고 목숨을 건 게임을 펼치는 456명의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영수는 1번 참가자이자 게임의 최종 설계자였던 오일남 역할을 맡았다.

오영수는 '테드 래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더 모닝 쇼'의 마크 듀플라스, 빌리 크루덥, '석세션'의 키에란 컬킨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경합 끝에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게 됐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오영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고맙다"고 전했다.
골든글로브는 미국을 대표하는 시상식 중 하나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등 다른 언어로 제작된 콘텐츠에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외국여영화상 후보로만 올렸다.

'기생충'의 경우 이미 칸 영화제를 석권했을 뿐 아니라 해외 미국 내에서도 빼어난 작품성으로 화제를 모았고, '미나리'의 경우 미국 영화사에서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미국 영화계에서도 골든글로브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의 부정이 공개되면서 배우와 감독은 물론 제작사와 중계방송을 해왔던 NBC까지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해 초 HFPA는 약 100명으로 구성된 조직에 흑인 구성원이 한 명도 없고,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이 값비싼 선물을 받는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와 홍보 담당자들은 HFPA의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넷플릭스 역시 이에 동참하며 공식적으로 작품을 출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정재를 비롯해 오영수 등 '오징어게임' 관계자들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 로스앤젤레스 예술행사에 초청받은 이정재/사진=연합뉴스
미 로스앤젤레스 예술행사에 초청받은 이정재/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여전히 골든글로브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이라는 점에서 오영수의 수상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오영수는 1944년생으로 해방 전에 태어났다. 올해 만 77세로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약해왔다. 50년 넘는 활동 기간 동안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고,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았다.

현재 서울 대학로 티오엠 극장에서 연극 '라스트 세션'의 프로이트를 연기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