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려면 충분히 속일 수 있는 구조"

/사진=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 스틸
'설강화' 3대 제작지원사 중 가장 먼저 광고를 철회한 P&J 그룹 넛츠쉐이크 정경환 대표의 말이다.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광고, 협찬, 제작지원을 했던 업체들의 지원 철회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설강화'의 또 다른 제작지원사인 치킨 브랜드 푸라닭의 경우 자사 모델이 정해인임에도 불구하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많은 고객들께 큰 실망감을 안겨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 제작지원을 철회한 푸라닭
불신의 분위기가 나오자 '설강화' 협찬사 중엔 철회 선언을 하면서 당시 전달받은 작품 소개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설강화' 측이 보낸 제작기획서에는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감독의 이력, 간략한 시놉시스와 등장인물의 소개 등만 담겨 있었다.

/사진=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 협찬사가 공개한 기획안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광고, 협찬 등과 관련해 "솔직히 속이려 든다면 충분히 속일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설강화'에 참여했던 브랜드들 역시 "유명 작가와 PD, 블랙핑크 지수와 정해인이 출연한다는 소개만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다"고 평했다.

JTBC '설강화' 포스터 /사진=제이콘텐트리
연출자인 조현탁 감독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창작자들이 작품에 임할 때 최선을 다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만든다"며 "방송 전부터 (논란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게 창작자에게 고통이고 압박일 수 있다"면서 방영 전 논란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설강화'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배우 정해인, 지수, 조현탁 감독/ 사진=JTBC 제공
한 제작 관계자는 "간혹 대본을 달라고 하기도 하지만, 유출 등의 위험 등이 있어 일부만 잘라서 주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누가 굳이 먼저 논란이 될 내용을 말하겠냐"고 귀띔했다.
'설강화' 측은 공개 전에 "직접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했지만, 1, 2회가 공개된 후 우려했던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어 더 비난을 샀다. 비판적인 반응을 의식한 듯 시청자게시판, 포털사이트 실시간 대화창 등도 모두 닫았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시청자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시청자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실시간 대화창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며 "오해를 풀겠다"면서 3회부터 5회까지 3회 연속 방영을 예고했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가 JTBC 드라마 '설강화: snowdrop'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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