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호동, 배용준, 이제훈, 최시원/사진=한경DB
왼쪽부터 강호동, 배용준, 이제훈, 최시원/사진=한경DB
할리우드 배우 애쉬튼 커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가수 비욘세는 세계적인 스타인 동시에 벤처기업 투자자인 '테크-셀러스터'(Tech-Celestor)다. 기술(Technology), 유명인사(Celebrity), 투자자(Investor)의 합성어인 '테크-셀러스터'가 국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원조 한류스타 배용준과 tvN '지리산',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사랑받은 배우 주지훈은 다음 달 피규어 제조사 블리츠웨이의 코스닥 상장으로 수십 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최시원도 소셜임팩트 스타트업 페이스워치에 투자했고, 방송인 강호동도 지난달 스타트업 한국그린데이터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뿐 아니라 스타트업 더블유에스비 팜(WSB Farm)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부부 스티브 제이(스티브, 정혁서), 요니 피(요니, 배승연)가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고, 배우 이제훈은 '샛별배송'으로 기업가치 4조 원 규모 유니콘 기업이 된 마켓컬리 초기 투자자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요식업→부동산→스타트업, 진화하는 투자

과거 연예인들의 부업은 식당을 차리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소득은 높지만 일정하지 않은 연예인들은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데, 최근 벤처투자 규모가 늘어나면서 연예인들의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평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벤처투자 규모는 올해 3분기(1~9월)까지 누적 5조 25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액 4조 3045억 원까지 뛰어넘었다. 연간 투자 규모는 6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투자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자산가에 속하는 연예인이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의 벤처 투자가 활발하다. 영화 '잡스'에서 스티브 잡스를 연기하기도 했던 애쉬튼 커처는 200개 가까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우버, 에어비엔비, 스포티파이, 스카이프, 캐스퍼, 플립보드 등 현재는 유니콘 기업으로 꼽히는 유명한 스타트업들도 포함돼 있다. 투자 경력을 토대로 넷플릭스 투자 프로그램 '샤크탱크'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본인만의 투자 철학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배우 배용준이 대표적인 '앤젤 투자자'로 꼽힌다. KBS 2TV '겨울연가', MBC '태왕사신기' 등을 통해 '욘사마'로 불렸던 배용준은 한류 열풍을 이끈 주역이다. '태왕사신기' 이후 작품 활동이라곤 2011년 자신이 제작한 KBS 2TV '드림하이'에 특별출연한 게 전부였지만, 투자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배용준은 창업 초기 기업에 재무 투자, 경영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투자사 더 벤처스를 비롯해 전 세계 상위 1% 미만 희귀 스페셜 티, 커피를 판매하는 센터 커피 등에 투자했다. 또한 '동물 마스크팩'으로 인기를 모았던 에스디생명공학, 가사도우미 중개업체 와홈, 증강현실 기반 스타트업 폴라리언트 등에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배용준이 투자해 화제를 모은 곳은 블리츠웨이다. 블리츠웨이 배성웅 대표는 배용준이 2006년 설립한 매니지먼트사 키이스트의 전문 경영인으로 12년 동안 활동했고, 키이스트가 SM엔터테인먼트에 매각된 후인 2018년 블리츠웨이로 자리를 옮겼다.

배용준은 블리츠웨이 지분을 10.51%을 보유하고 있다. 배용준과 함께 키이스트에 몸담았던 주지훈도 1.5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블리츠웨가 상장해 기업가치를 1000억 원대로 인정받는다면 배용준의 지분가치는 100억 원대, 주지훈도 10억 원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심 갖다보니 투자까지…

평소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에 투자하기도 한다. 더블유에스비 팜은 국내 40개 해변의 파도 상황을 실시간 웹 카메라로 중계하는 서비스와 서핑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더블유에스비 팜에 투자한 스티브 제이, 요니 피 부부는 평소에도 서핑을 즐겼던 것으로 유명한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투자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제이, 요니 피 부부/사진=한경DB
스티브 제이, 요니 피 부부/사진=한경DB
최시원이 투자 소식을 직접 전한 페이워치는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및 플랫폼 노동자와 비정규직을 포괄한 일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한 시간만큼 적립된 마일리지를 필요할 때 현금화해주는 급여 선 지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급여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돈이 필요할 때 페이워치 앱을 통해 월 최대 50만 원까지 횟수 제한 없이 돈을 인출할 수 있다.

최시원은 유니세프 모금 캠페인과 아동권리 옹호 등 사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최시원은 "좋은 만남이 기회가 돼 많은 곳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투자 이유를 밝혔다.

강호동과 이제훈은 지인의 소개로 투자에 참여한 케이스다. 강호동은 평소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이시원 시원스쿨 대표의 소개로 농업, 레저시설에 최적화된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한국그린데이터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제훈의 마켓컬리 투자 역시 평소 친분이 있던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의 소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훈은 2019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정부 주최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우연히 스타트업에 좋은 기회로 힘을 보태게 됐고 이 과정이 좋은 배우로 성장시키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를 꿈꾸는 수많은 지망생들 중에서 인재를 선별하고 트레이닝을 거쳐 좋은 배우로 성장하는 것처럼 엔젤투자자 역시 한 기업이 성장할 때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투자를 받는 것에 성공한 기업 관계자는 "유명인들의 투자는 그들에겐 차익 실현이 되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기업이 성장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전까지 주식이나 부동산이 주목받았다면, 새로운 투자처로 기업 투자가 관심을 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