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돌아온 프라하의 연인들 ② 새롭게 뜨는 '아트 스폿'
동유럽 문화 중심지였던 체코에는 여전히 일반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예술 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예술의 도시' 프라하엔 여행가이드들도 잘 모르는 비밀의 장소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바로 체코 출신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이며 디자이너인 알폰스 무하의 유산을 간직한 '무하 하우스'이다.

또 북부 보헤미아 산속엔 300년 전통의 크리스털 공예를 잇는 유리 공방들도 있다.

유리 디자인과 와인잔으로 한국에도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곳들이다.

[imazine] 돌아온 프라하의 연인들 ② 새롭게 뜨는 '아트 스폿'
◇ 프라하에 숨겨진 알폰스 무하의 유산
아르누보를 이끈 아이콘 알폰스 무하(1860~1939)의 유산이 보존된 '무하 하우스'를 찾았다.

아무런 안내 표지가 없다.

두리번거리는 동안 후손인 마르쿠스 무하 씨가 문을 열었다.

그는 집안으로 안내하며 보안을 강조했다.

알폰스 무하를 프랑스 파리의 스타로 만들었던 극장 포스터 '지스몽다' 앞에서 마르쿠스 씨가 이 집의 역사와 사연에 관해 설명했다.

알폰스 무하는 원래 이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았다.

세상을 떠났을 때 공산당이 집을 압류했다.

다행히도 영국대사관에서 공관을 소개했고, 후손들은 유산을 모두 여기에 보관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가 썼던 파리 발드그라스 거리의 작업실을 2층에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했다.

집안은 어둑하다.

1층에는 알폰스 무하가 사용하던 커다란 이젤에 그림이 놓여있다.

조국 체코와 슬라브 민족을 사랑한 알폰스 무하의 '프랑스가 보헤미아를 안아주다'가 그림의 제목이다.

십자가 앞에 보헤미아 여인이 두 팔을 내린 채 섰고, 프랑스인이 키스하며 안아 주려는 모습을 묘사했다.

1918년 합스부르크 왕가 지배에서 체코가 독립할 때 지지했던 프랑스에 대한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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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는 '백합의 마돈나'가 바닥에 세워져 있다.

백합꽃들에 둘러싸인 성모 마리아가 체코슬로바키아 전통 옷을 입은 소녀를 지켜보고 있다.

마르쿠스 씨는 이 소녀가 알폰스 무하의 딸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그림이 알폰스 무하의 딸이 태어나기 10년 전에 그려진 것이라며 웃었다.

◇ 파리 예술가의 작업실과 모차르트의 여행용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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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파리 작업실로 꾸민 2층에는 피아노, 가구, 중국과 일본 등에서 온 조각상, 딸과 부인이 모델이 된 그림 등을 모아놓았다.

마르쿠스 씨는 피아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면서 알폰스 무하의 친구였던 폴 고갱이 이곳에 놀러 와 바지를 벗고 재킷을 입은 채 연주하는 사진을 보여줬다.

예전 일본 가수이자 배우인 가토리 싱고가 이곳을 찾았을 때 갑자기 고갱의 사진 속 모습을 흉내 내며 사람들을 웃겼다고 했다.

벽 그림 아래 서랍장이 하나 놓여있다.

가난했던 시절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던 알폰스 무하는 부자가 되자 오른쪽 젤 위 칸 서랍에 현금을 넣어두었다.

놀러 온 친구들은 편하게 서랍에서 돈을 꺼내어 빌려 갔지만 갚는 법은 없었다고 한다.

서랍이 비면 무하는 또 채워놓았다.

친구들에게 좋았던 그 시절은 알폰스 무하가 결혼하면서 사라졌다.

이후로는 서랍이 항상 잠겨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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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씨가 깜짝 놀랄 물건을 소개했다.

휴대용 피아노다.

작은 서랍장처럼 생겼다.

건반이 있고 피아노 줄도 보인다.

거울도 있다.

덮개를 닫으니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

아랫부분을 보면 '모차르트'란 이름표가 있다.

원래 알폰스 무하는 음악가가 되려고 했었다.

"당신은 나를 불멸의 여인으로 만들어줬어요"라고 알폰스 무하를 극찬한 당대 최고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여행용 화장대로 사용하다 그에게 선물했다.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여행용 피아노라고 한다.

알폰스 무하의 유족들이 오스트리아 빈의 감정회사에 의뢰했을 때 진품 판정을 받았다고 마르쿠스 씨는 설명했다.

"체코에는 하나밖에 없을 겁니다.

"


◇ 북부 보헤미아 크리스털 밸리의 유리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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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색색의 나뭇가지가 눈부시다.

아침 해를 받아 유리로 만든 식물들과 나뭇가지, 예술품들이 집 앞뜰에서 빛을 발한다.

유리 정원이 꾸며진 곳은 핸드메이드 유리공예로 유명한 파치넥 공방의 뜰이다.

도제식으로 예술가들을 교육한다.

일반인들에게도 공방의 작업 과정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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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공예의 가장 중요한 도구는 피슈탈라다.

체코어로 '불다', '휘파람'이란 의미다.

파치넥 공방의 큰 피슈탈라는 길이 1.4m가량에 무게 8㎏짜리도 있다.

유리공예가들의 입과 손은 섬세하고 감각적이어야 한다.

가마에서 벌겋게 달궈진 유리 덩어리는 슬라임처럼 흘러내린다.

장갑 없이 맨손으로 피슈탈라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동시에 입으로 불어 원하는 모양을 만든다.

유리 온도는 가마에서 1천200℃, 나무틀에서 모양을 만드는 동안은 900℃에 달한다.

덩어리진 유리는 유리공예가들의 손끝에서 피슈탈라, 집게, 그라인드 작업을 거쳐 금세 유리 나비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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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유리공방 작업을 관람할 수 있는 노보트니 유리박물관 갤러리도 있다.

건물 벽에 그려진 피슈탈라를 부는 장인들의 그림은 재즈 공연장 같다.

체코 요리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유리 장인들이 와인잔 만드는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다.

피슈탈라 끝에서 유리 덩어리가 먼저 잔 모양이 된다.

받침 부분 유리를 이어붙여 돌리고 불고 그라인드에 연마하니 금방 멋진 와인글라스로 변한다.

직접 피슈탈라를 불어 자신만의 와인잔이나 유리공예품을 만들 수도 있다.

체험료는 300코룬. 우리 돈으로 1만7천 원 정도다.

보헤미아의 크리스털 밸리는 1688년 세계 최초로 크리스털이 탄생한 곳이다.

합스부르크가의 통치자이자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친인 테레지아가 샹들리에를 이곳에 주문하면서 유명해졌다.

크리스털 장신구의 대명사 스와로브스키의 창업자인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이곳 리베레츠 유리공방 가문 출신이다.

유리 디자인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라스빗' 본사도 여기다.

라스빗의 작품들은 우리나라 롯데월드타워 다이버홀, 포시즌 호텔 등에서 볼 수 있다.

체코의 국영기업인 프레시오는 샹들리에와 크리스털 보석으로 유명하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